건강에 대한 걱정은 어디까지가 병일까.

51세의 A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설치는 일이 흔하다.

35세 때 늑막염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이후 1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복잡한 도시생활 때문이라고 생각해 시골로 이사했다.

그는 몇 년 전 고교 동창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고 불안감이 커져 대학병원을 찾아다니며 같은 검사를 몇 번씩 받았다.

1년 전 신도시에서 주유소를 인수,사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문제가 생겨 몇 달간 영업이 중단되자 불면증이 악화됐고 지금은 아내에게 사업을 맡기고 다시 시골로 이사한 상황이다.

몸이 아프거나 예전과 다른 신체감각이 생기면 누구나 건강에 대한 걱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는 건강을 지키려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를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고 식사량과 체중을 줄이며 전문의를 찾아 몸에 이상이 있는지 살피게 된다면 바람직하다.

그러나 A씨처럼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이란 정신질환으로 간주된다.

신체적 증상이나 감각을 비현실적으로 부정확하게 인식해서 자신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집착과 공포를 갖는 마음의 병이다.

박상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건강염려증 환자는 신체에 문제가 없다는 확진을 받아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해 주로 내과계통의 의사를 찾아다니며 의료쇼핑을 한다"며 "건강염려증 환자의 약 80%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찾는 사람의 4∼6%가 건강염려증 환자로 추정된다.

이 병은 치료가 어렵다.

환자들은 질병에 대한 과도한 불안 외에도 낮은 자존심과 배척 실망 상실 죄책감 등으로 뭉쳐져 있어 정신상태를 긍정적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환자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함께 받고 스트레스 관리법을 익혀야 한다.

건강염려증은 의사와 환자 간의 불충분한 의사소통,인터넷과 대중매체를 통한 근거 없는 건강정보의 확산에 의해 유발 또는 심화되기도 한다.

예컨대 의사는 짧은 시간에 여러 환자를 진료하다보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얘기하고 이들 듣는 환자는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대개의 경우는 '건강불안'으로 볼 수 있다.

건전한 생활습관을 실천하지 않는 데 대한 걱정, 질병에 걸렸을 때 초래될 심신의 고통과 경제적 곤궁에 대한 불안,의사의 불충분한 설명과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건강정보 등으로 야기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박사팀이 2006년 50세 이상 1만254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느끼는 건강상태에 대해 물었더니 전체의 35.7%가 스스로 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는 스위스의 3.2%보다 10배 이상 높고 네덜란드 5.79%,그리스 7.65%,영국 7.47%보다 5∼7배가량 높은 것이다.

그러나 암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7개 질환을 앓고 있는 비율은 이들 나라와 거의 같거나 더 낮았다.

한국사회의 지나친 경쟁과 낮은 행복감,중장년층의 미흡한 노후 대비 등이 건강불안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