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두달 여만에 코스피지수 1,900선이 붕괴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중국의 긴축정책 채택 가능성, 수급 악화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지수가 1,800대 초반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지수, 60일 이동평균선 이탈..1,800대 초반까지 하락 가능 = 19일 코스피지수가 1,893선까지 떨어진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지수가 60일 이동평균선인 1,939선을 완전히 이탈했다는 사실이다.

기술적 분석에서 이동평균선은 중요한 지지선 역할을 하는 데 60일 이동평균선이 깨진 이상 지수는 그 다음 지지선인 120일 이동평균선(1,850선)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세장의 배경을 ▲다시 불거지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 ▲중국의 긴축정책 채택 가능성 ▲고유가 ▲증시 수급여건 악화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데다 중국인민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수의 단기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가 13,000선을 유지할 수 있느냐로 보고 있다.

지난주 13,176선으로 한주를 마감하며 13,000선을 간신히 지켜내고 있는 미 다우존스지수가 다시 12,000대로 떨어진다면 그 심리적 충격으로 코스피지수도 급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의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13,000선을 지켜낸다면 코스피지수도 1,900선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내 증시도 단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계단식 상승세를 보여온 만큼 주식시장이 단기고점 대비 20% 하락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국내 증시도 1,800대 초반까지의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점매수론 vs 신중론 =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수가 1,800대 중후반까지 떨어진다면 저점 매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경기가 경착륙보다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며 중국도 경제의 고속성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리인상 폭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증시도 조정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삼성증권의 정영완 투자전략센터장은 "최근 지수 조정은 올들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기술적인 조정의 빌미를 찾은 것으로 여겨진다"며 "기업 이익 등을 감안할 때 1,950선이 적정 지수로 여겨지는 만큼 이 선 이하는 매수 구간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의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폭락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1,850선에서 지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수가 이보다 더 빠진다면 중국 관련주나 내수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지의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데다 올들어 국내 증시의 급등으로 외국인 매수마저 기대하기 힘든 만큼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교보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 우려나 고유가, 달러화 약세 등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쉽지 않은 사안인 만큼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도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보다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