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2600억달러에 달해 위기상황을 벗어났지만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 있고 경제구조의 문제점도 여전한 상황이고 보면 생각해 볼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외환위기를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한 것은 대단한 일임이 분명하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우리 민족이 아니라면 국가부도의 위기에서 불과 10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까지 다시 올라서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혼연일체가 돼 위기극복에 매진한 우리 국민들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걱정스런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우려(憂慮)되는 것은 안전제일주의 경영이 확산되면서 기업 설비투자가 부진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2.2%에 불과해 1980년대의 5분의 1, 1990년대에 비해선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 활력이 살아날 리 만무하다.

특히 지속적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노력 등에 힘입어 기업 수익력이 크게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부진 현상이 이어져 더욱 걱정이 크다.

97년 말만 해도 400%선을 크게 웃돌았던 우리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현재 100% 수준에 불과하다.

버는 돈으로 투자는 하지 않고 빚 갚는 데만 열중한 셈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정부 규제 또한 개선 기미가 없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엔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2000년대 들어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부활시킨 게 단적인 예다.

경영권 보호 장치도 미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선진국들도 도입한 황금주 차등의결권 제도 등을 우리 정부는 아직도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기업들이 적대적 M&A(인수ㆍ합병)에 대비키 위해서라도 여유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결론은 명확하다.

기업투자 회복을 통해 경제 활력(活力)을 되살리는데 정책 운용의 역점을 둬야 하고, 이를 위해선 규제 혁파와 경영권 보호장치 강화부터 서둘러야 한다.

외환위기 10년을 맞는 우리 앞에 놓여진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