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법무법인 한승 대표는 판사 시절 짬을 내 야간에 신학교를 다녔고,교회 장로 직분까지 지냈다.

"법조인이 안됐더라면 신학대학 교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독실한 신자다.

그런데도 얼치기 신앙인들과 가식적인 현대 교회를 향해선 매정하리만치 독설을 퍼붓는다.

"복에 복을 더하여 달라"는 성경 속 인물 야베스의 기도문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자 '미숙한 종교인들의 투정','어리광 신앙'이라고 신랄하게 질타한다.

극동방송과 온라인(쉐어플라자) 칼럼을 통해 발표한 그의 이런 신앙관과 평소 지론을 엮어 얼마 전 '불신앙고백'과 '바보가 그리운 시대'라는 2권의 책을 펴냈다.

이 대표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난독 스타일이다.

골프를 하지 않는 덕분에 토.일요일은 독서와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단다.

그는 "일기 쓰듯 글을 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 문학 철학을 넘나드는,그래서 현학적이면서도 현 세태의 정곡을 꿰뚫는 그의 펜대를 따라 가노라면 묵직한 시대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는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앞으로는 인문화가 돼야 한다"는 인문학 예찬론자이지만 시와 음악도 즐길 줄 아는 풍류까지 지녔다.

서울내셔널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조이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명예 지휘자를 맡고 있으며,'데뮤즈'라는 모임을 만들어 자선음악회도 연다.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시절에는 연수원가를 공모했는데 마땅한 곡이 없어 직접 작곡해 버렸다.

검찰과 삼성그룹을 뒤흔들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생각은 판사 시절 그가 쓴 판결문만큼 명쾌했다.

"삼성으로부터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았으면 도로 환원하고 자수해야지요.

삼성도 비리가 있으면 김 변호사가 폭로하기 전에 자백해야 합니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끝으로 30년 만에 법복을 벗은 그는 최고경영자(CEO)로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표 1년3개월 만에 변호사 수 10명에 불과하던 소형 로펌을 40여명의 중견 반열에 올려 놓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