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송환 3일째를 맞은 김경준씨는 18일 영장실질심사는 포기했지만 여러가지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발언을 툭툭 던져 그 배경에 관심에 모아지고 있다.

변호인으로 선임된 박모 변호사는 가급적 말을 삼가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오가는 김씨는 말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모습.반면 검찰과 법원은 수사내용이 새나갈 경우 예상되는 파장을 고려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김씨는 송환 이틀째였던 지난 17일 오전 수사관 10여명에 에워싸여 검찰청사 10층에 있는 조사실로 향하면서 "입증 자료를 들고 왔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갖고 온 게 있다"고 답했다.

김씨는 또 송환 첫날인 16일 오후 검찰청사 안으로 압송되면서 청사 내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직전 "일부러 이 때 온 거 아니다.

민사소송 끝나서 온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말의 의미를 놓고 당장 구구한 억측들이 나돌면서 '대선 정국=김경준 정국'임을 새삼 확인케했다.

이렇듯 기회만 있으면 간간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지는 김경준씨와는 달리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과 영장 발부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보안유지에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무슨 내용을 진술했는지,답변 태도가 성실한지,누가 김씨를 신문하고 있는지,참고인으로 누구를 불렀는지 등은 전혀 밝힐 수 없다"며 수사 내용과 방식에 대해 함구했다.

김홍일 3차장검사도 17일 '김씨가 자료를 얼마나 가져왔고,무슨 내용이냐'는 질문에 "수사가 끝날 때까지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법원도 김경준씨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보안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일요일에 결정되는 구속영장에 대해서는 형사단독 판사들이 영장전담판사들을 대신해 왔지만 이번에는 영장전담인 이광만 부장판사가 직접 처리했다.

법원은 또 영장전담 판사들이 스스로 외부인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이동근 공보판사는 "중요한 사건이고 민감한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법원도 보안에 극도로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