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發 경영위기 가시화 되나] 거래선 "단가 깎자" … 투자자 "경영차질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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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래선과 투자자들의 동요가 예상보다 휠씬 심각한 것 같다."
삼성전자의 A부사장은 최근 해외 비즈니스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따른 경영 차질이 당초 걱정했던 우려 수준을 넘어 현실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의혹 제기 이후 삼성전자의 일부 해외 거래선은 '제품 단가를 낮춰달라'는 무언의 요구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도 "내년 사업에 정말 차질은 없겠느냐"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특별검사제 도입 움직임 등으로 이번 사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검제가 도입돼 현재와 같은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로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디지털미디어(DM)총괄은 최근 북미와 유럽지역의 대형 유통채널 관계자들을 경기 수원사업장으로 초청했다.
내년에 출시할 TV 신제품을 설명하고 납품 물량과 단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해외 거래선들은 제품 품질에 대해서는 크게 만족감을 보이면서도 "제품 공급은 문제없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로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한 것.
특히 일부 거래선은 충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급 단가를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대외신인도 문제를 이용해 TV나 반도체,휴대폰 등의 구매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당초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11월과 12월에는 TV와 휴대폰 업체들이 다음해 수주와 납기를 거래선과 협상하는 중요한 시기인데,이번 비자금 의혹사건으로 삼성전자의 협상력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동요도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6일 해외 유력 투자기관 대표 10여명이 본사를 방문해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당초 이 자리는 주가 전망과 내년 사업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위해 마련됐지만 투자기관 대표들의 첫 질문은 "비자금 의혹이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IR팀 고위 관계자는 "요즘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면 예외없이 비자금 의혹의 향방에 대해 질문한다"면서 "향후 특검제 도입 등으로 비자금 폭로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투자타이밍 놓치면 2등으로 전락"
이 같은 거래선과 해외투자자들의 동요도 문제지만 삼성그룹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투자 실기(失機)'다.
삼성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히는 과감하면서도 적기에 이뤄지는 투자 결정이 올해는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것.실제 해외 기업들은 삼성이 반도체와 LCD 등의 사업에서 경쟁 업체를 앞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설비투자에 대한 정확한 타이밍 포착'과 '그룹 수뇌부의 과감한 결단력'을 꼽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기술경영 자매지인 '닛케이 비즈테크'는 2004년 10월호에서 "1990년대 반도체 왕국을 표방했던 일본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추월당했던 것은 이건희 회장 등 삼성그룹 최고경영진의 도박과도 같은 결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자금 의혹 사건의 여파로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그룹 차원의 결정이 보류된 상황이다.
그룹 관계자는 "브랜드 신뢰도에 흠집이 나거나 정기 인사가 늦춰지는 것 등은 감내할 수 있지만,투자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줄 수 있다"며 "투자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현재 삼성이 1등하는 제품은 몇 년 이내에 모두 2등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삼성전자의 A부사장은 최근 해외 비즈니스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따른 경영 차질이 당초 걱정했던 우려 수준을 넘어 현실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의혹 제기 이후 삼성전자의 일부 해외 거래선은 '제품 단가를 낮춰달라'는 무언의 요구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도 "내년 사업에 정말 차질은 없겠느냐"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특별검사제 도입 움직임 등으로 이번 사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검제가 도입돼 현재와 같은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로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디지털미디어(DM)총괄은 최근 북미와 유럽지역의 대형 유통채널 관계자들을 경기 수원사업장으로 초청했다.
내년에 출시할 TV 신제품을 설명하고 납품 물량과 단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해외 거래선들은 제품 품질에 대해서는 크게 만족감을 보이면서도 "제품 공급은 문제없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로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한 것.
특히 일부 거래선은 충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급 단가를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대외신인도 문제를 이용해 TV나 반도체,휴대폰 등의 구매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당초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11월과 12월에는 TV와 휴대폰 업체들이 다음해 수주와 납기를 거래선과 협상하는 중요한 시기인데,이번 비자금 의혹사건으로 삼성전자의 협상력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동요도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6일 해외 유력 투자기관 대표 10여명이 본사를 방문해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당초 이 자리는 주가 전망과 내년 사업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위해 마련됐지만 투자기관 대표들의 첫 질문은 "비자금 의혹이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IR팀 고위 관계자는 "요즘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면 예외없이 비자금 의혹의 향방에 대해 질문한다"면서 "향후 특검제 도입 등으로 비자금 폭로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투자타이밍 놓치면 2등으로 전락"
이 같은 거래선과 해외투자자들의 동요도 문제지만 삼성그룹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투자 실기(失機)'다.
삼성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히는 과감하면서도 적기에 이뤄지는 투자 결정이 올해는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것.실제 해외 기업들은 삼성이 반도체와 LCD 등의 사업에서 경쟁 업체를 앞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설비투자에 대한 정확한 타이밍 포착'과 '그룹 수뇌부의 과감한 결단력'을 꼽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기술경영 자매지인 '닛케이 비즈테크'는 2004년 10월호에서 "1990년대 반도체 왕국을 표방했던 일본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추월당했던 것은 이건희 회장 등 삼성그룹 최고경영진의 도박과도 같은 결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자금 의혹 사건의 여파로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그룹 차원의 결정이 보류된 상황이다.
그룹 관계자는 "브랜드 신뢰도에 흠집이 나거나 정기 인사가 늦춰지는 것 등은 감내할 수 있지만,투자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줄 수 있다"며 "투자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현재 삼성이 1등하는 제품은 몇 년 이내에 모두 2등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