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련 의혹 사태에 대한 재계의 입장은 분명하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확실히 밝히되 기업 경영에 족쇄를 채우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삼성 사태가 자칫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부패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범여권은 삼성 의혹 사건을 계기로 이번 대선판을 '부패 대 반부패' 구도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당선축하금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특검법안을 마련,범여권을 겨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여야 정치권이 자신들에 유리한 내용의 특검법안을 제출하면서 삼성 사태가 이미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의 대표 주자인 삼성이 정치게임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특검이 도입돼 삼성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외 이미지가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한국이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며 "의혹이 있으면 풀어야겠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초일류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 한방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삼성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