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열린 남북 총리회담이 16일 폐막됐다.

회담과정이나 성과에 대해 어떤 점수를 줘야 할까.

남북은 첫날부터 각오가 대단했다.

김영일 북한 내각총리는 김포공항 도착성명을 통해 "10.4정상선언이 빈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시작했다.

한덕수 총리는 첫 환담에서 "다산 정약용의 실사구시 정신으로 임하자"고 맞장구쳤다.

기조연설에서 북측이 국가보안법 철폐,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이른바 '근본문제'를 끄집어내 긴장감이 돌기도 했지만 괜한 기싸움은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는 두 총리가 일정에 없는 파격을 연출했다.

회담장 겸 숙소인 워커힐호텔 경내를 30분간 거닐면서 산책대화를 나눴다.

북측은 실무자들의 분야별 접촉에서도 엉뚱한 트집을 잡지 않았다.

소모적이던 과거와 달리 밀도있는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저녁자리에서 폭탄주가 돌 정도로 분위기가 시종 화기애애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점수를 받을 만도 하다.

그러나 공동합의문을 차근차근 따져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전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분류한 '최우선 과제(개성∼신의주간 철도,개성∼평양간 고속도로 개보수)'와 '적극 추진과제(조선협력단지)'대로 북측은 실리를 대부분 챙겼다.

남측이 각각 내년부터,내년 상반기 중에 두 사업을 착수키로 약속해 준 것이다.

반면 당초 기조연설에서 제시됐던 남측의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는 차기 남북 적십자회담으로 또 떠넘겨졌다.

지난달 초 정상회담 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제대로 합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던 바로 그 과제다.

남측이 막대한 투자비를 대야 하는 경협에서는 차기 정부가 '되돌릴 수 없도록' 일정을 못박았으나 인도주의 분야에서는 2% 부족한 회담이었던 셈이다.

김영일 내각총리는 종결회의에서 "온겨레가 지켜보는 가운데 훌륭한 옥동자를 탄생시켰다.

북과 남이 옥동자를 잘 키우도록 합심하자"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서도 먼저 적극적인 성의를 보여야 한다.

북측은 1991년 남북이 채택한 비핵화공동선언을 무시하고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단행한 적이 있다.

이런 전철을 다시 밟아 잘 합의된 틀을 깨지 말기를 기대한다.

김홍열 정치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