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계는 지금 '제2의 빅뱅'을 앞둔 과도기에 와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산업화'가 시작됐다면 이젠 체질을 강화하고 안정화를 꾀해야 할 때죠.경영 마인드도 더욱 필요하구요."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의 설도윤 대표(48)는 공연산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꼽힌다.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숱한 화제작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 16일 뮤지컬 '뷰티풀 게임'을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 그는 관객들의 호응에 들뜬 표정이면서도 한국 뮤지컬 산업 전체의 미래를 걱정했다.

"관객 수는 한정돼 있는데 작품 수는 자꾸 늘어납니다.

공급이 초과되니 관객이 분산되고 그만큼 히트작도 나오기 힘들지요.

적자가 난 공연기획사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고,그래서 다시 관객을 잃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죠."

그는 공연기획사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콘텐츠 확보에만 급급해하는 사고방식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라는 것.반대로 콘텐츠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점차 '업그레이드'시켜 나가면 대작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올라가는 작품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몇년에 걸쳐 수정 작업을 반복한 업그레이드작이다.

설 대표는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투명한 회계'와 '명확한 비전 제시'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1년 전 코스닥 상장사인 모티스의 공연담당 총괄이사를 맡으면서 이 회사를 후원사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사업 철칙 덕분이었다.

그는 공연 업계에서는 드물게 작품 하나하나의 회계 감사를 반드시 거친다.

또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년 한국 공연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돌려 계획 중인 공연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그는 "다소 무거운 정치 문제를 담은 뮤지컬 '뷰티풀 게임'도 관객들의 다양해진 취향을 보고서로 작성해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설득했기 때문에 제작할 수 있었다"며 "공연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주는 것 또한 제작자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