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를 비롯한 투신권이 최근 조정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투신권은 지난 9일 이후 닷새 동안 2조22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SK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대거 쓸어담으며 지수 급락을 막았다.

최근 조정 기간에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몰려오면서 실탄이 두둑해진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900선에서는 펀드 자금 유입으로 순매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3주 만에 최대 순매수


투신은 이번 주 들어 1조43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8월 셋째주(2조2891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프로그램 차익매수를 감안한 실질 순매수 금액도 6000억원을 넘어섰다.

연속 순매수 일수는 지난 8월(27~31일) 이후 처음으로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펀드 자금 유출입에 따라 지수가 2000선을 넘으면 고객 환매가 들어와 주식을 팔고 그 아래 지수대에서는 자금 유입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2000선 이상에서는 고가 부담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는 반면 1900선에선 반대로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조정기를 틈타 시중자금의 펀드 유입도 확대되는 추세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총 57조9986억원으로 전날보다 2753억원 늘었다.

지난 9일 이달 들어 하루 최대인 6727억원이 유입된 데 이어 나흘 동안 1조8570억원이 들어왔다.

여기에 주식과 채권 등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혼합형 상품인 '인사이트펀드'가 4조원대로 불어난 것도 투신 순매수의 배경이 되고 있다.

◆어떤 종목 사모으나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투신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삼성전자를 2904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포스코(1542억원) 국민은행(1392억원) SK텔레콤(1316억원) 우리금융(986억원) 현대차(974억원) LG전자(973억원) 등을 주로 사들였다.

반면 STX를 674억원어치 순매도했으며 LG데이콤(412억원) 현대제철(366억원) STX조선(268억원) 우리투자증권(257억원) 등을 팔아치웠다.

오 파트장은 "기존 주도주 비중을 줄이면서 장기 소외된 정보기술(IT) 자동차 통신 은행 등을 순매수하고 있다"며 "악재가 충분히 반영돼 더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펀드 내 이들 업종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데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장기 소외된 낙폭 과대주들이 눈에 띈다"면서도 "최근 닷새간 흐름만으로 투신이 매수 종목을 늘리고 있다고 보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선을 훌쩍 넘어 2200~2300선까지 오르지 않는 한 2000선 위에서는 재차 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투신의 '사자'가 영속성을 갖는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