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청장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비틀거리던 국세청이 14일 후임 청장에 한상률 차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외부인사 수혈에 이은 고강도 인사 및 조직쇄신을 우려했던 국세청 직원들은 내부에서 차기 수장이 발탁된 만큼 보다 차분하게 쇄신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 내정자와 국세청 조직이 안도하기엔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벌써부터 청와대가 국세청에 대한 쇄신 요구를 외면하고 조직의 안정만 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쇄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점은 신임 한 청장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 내정자가 얼마나 강력한 조직 및 인사쇄신에 나설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그가 반복한 말을 곱씹어 보면 조직 안정에만 무게를 두고 세정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내정자는 최근 여러 차례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임 청장이 누가 되든 특단의 대책이 뒤이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내부적으로 특단의 공직기강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으로 취임하면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한 차장이 정식으로 취임한 뒤 조직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쇄신책이 미진할 경우 내부 인사 승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비판이 이어질 것이고,이는 한 내정자와 국세청은 물론 청와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내정자는 산적한 현안도 해결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이달 말부터 신고안내서가 송부될 종합부동산세 신고 납부가 최대 현안이다.

종부세 신고 업무는 현직 청장 구속이라는 충격 이후 처음으로 당면한 문제인 데다 국민의 신뢰가 크게 추락한 상황이어서 과연 지난해만큼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부세와 함께 2009년부터 지급해야 할 근로장려세제(EITC) 홍보 및 준비,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 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직 청장 구속과 임기가 보장되지 않은 후임 청장이라는 한계로 인해 후속 인사는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한계를 감안해 대규모 쇄신 인사보다는 공석이 된 차장 인사에 이은 일부 고위직 이동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차장엔 한 내정자의 행시 동기(21회)인 오대식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권춘기 중부지방국세청장 가운데 한 명이 발탁될 가능성이 크고 이후 지방청장에 대한 인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한상률 내정자 약력=△충남 태안생(54) △태안고,서울대 농업교육학과 △국세청 재산세2과장 소득세과장 국제조사담당관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