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텔'이란 회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카포인트'나 '엑스로드'를 아느냐고 물어야 긍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

지오텔은 국내 최대 내비게이터(또는 내비게이션 단말기) 업체인 카포인트의 새 이름이다.

지난달 모바일 솔루션 업체 지오텔을 합병한 뒤 회사명을 피인수사인 지오텔로 바꿨다.

'엑스로드'는 이 회사 내비게이터의 대표 브랜드다.

국내 내비게이터 시장은 지난해 130만대에서 올해 200만대 이상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 지오텔이다.

이 회사는 2003년 휴대용 내비게이터를 처음 선보였고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현재 32개 국가에 내비게이터를 수출하고 있다.

이제는 내비게이터에 통신을 결합한 텔레매틱스 단말기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봉형 사장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려면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내비게이터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처럼 신개념 기기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오텔은 2003년 차량용 교통안내 단말기 엑스로드를 내놓고 시장을 선도했다.

그 당시 자동차 회사는 차를 출고할 때부터 장착하는 고정식 내비게이터만 팔았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여서 일반인이 구매하기 쉽지 않았다.

지오텔은 이런 선입견을 깨고 60만원대의 저렴한 휴대용 내비게이터를 내놓아 돌풍을 일으켰다.

이봉형 사장은 "해외 출장 중 한 가구에 두 대 이상의 차를 보유한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차 저 차에 옮겨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내비게이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엑스로드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지오텔은 내비게이터 발매 초기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4년 독일 전자 전시회 '세빗'에서 가장 먼저 휴대용 내비게이터를 출품했다.

이를 계기로 2004년 10월 이탈리아에 처음 수출했고 미국 대형 전자유통점 베스트바이와도 계약을 맺었다.

현재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32개 국가에 수출 중이다.

일본의 경우 성과가 돋보인다.

지난 8월 자체 브랜드로 수출을 시작해 출시 후 8주 연속 1위(일본 가격비교 사이트 베스트게이트 집계)를 차지했다.

시장 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세계 자동차 내비게이터 시장이 2010년 현재의 3배인 12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지오텔에는 큰 기회다.


하지만 위협 요인도 만만치 않다.

내비게이터 시장이 커지자 삼성,LG,SK 등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했다.

해외에서는 노키아,구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까지 뛰어들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에 기본으로 장착하는 내장형 내비게이터 시장을 선점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내비게이터 시장 세계 1,2위 업체인 유럽의 톰톰과 미국 가민조차 5년 후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전망이 불확실하다.

세계 시장을 노리는 지오텔로서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

지오텔의 강점은 노하우와 기술력이다.

이봉형 사장은 "바둑에 7급이 있고 1단,2단이 있듯이 내비게이터 시장에도 급수가 있다"며 "오랫동안 경험과 기술력을 쌓은 지오텔은 내비게이터의 미래를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가장 잘 아는 업체"라고 강조했다.

내비게이터 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국내에서만 대기업이나 중소업체를 포함해 약 150개 업체가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성공하는 회사는 3~4%에 불과하다.

이봉형 사장은 대다수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로 "하드웨어적 접근"을 꼽았다.

이 사장은 "내비게이터는 맵(지도),애플리케이션,콘텐츠,해당 국가의 교통문화 등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상품"이라며 "하드웨어만 잘 만들면 된다고 접근하는 업체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오텔은 최근 모바일 솔루션 업체와 합병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코스닥 우회상장을 노린 인수.합병이라고 지적하지만 이봉형 사장은 "미래를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옛 지오텔이 가진 모바일 솔루션과 카포인트의 내비게이터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시장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텔레매틱스에 승부를 던진 만큼 지오텔의 미래 향배는 양사 간 합병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병 후 지오텔이 개발 중인 차세대 내비게이터는 '퍼스트 무버'의 개념에 충실하다.

내비게이터로 위치를 검색한 후 관련 정보를 무선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직접 통화까지 할 수 있는 단말기다.

기존 차량용 내비게이터뿐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한 획기적인 서비스 개발에도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비게이터와 컴퓨터를 결합한 포터블 장치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지오텔은 새로운 개념의 단말기에 아직 특정한 용어를 붙이지 않았다.

이봉형 사장은 "용어를 먼저 적용하면 선입견을 갖고 제품을 개발하게 돼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내년 미국 전자 전시회 'CES'에 맞춰 내비게이터 패러다임을 바꿀 깜짝 놀랄 제품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