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보인 '인사이트펀드'는 시중 자금의 블랙홀로 부상했다.

출시 20일 만에 펀드 수탁액이 4조원으로 불어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다.

이 펀드뿐 아니다.

CMA(종합자산관리계좌),랩(Wrap)어카운트,ELS(주식연계증권) 등 증권·자산운용사 고수익 상품들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은행 저금리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데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주식 관련 상품에서 짭짤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투자금융상품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주식형펀드 자금이 향후 5년 내 2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 자금의 증권사 이동은 현재진행형으로 그 규모는 갈수록 더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기끄는 증권사 고수익 상품

요즘 라디오를 듣다 보면 증권사 상품 광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우리투자증권 오희열 상무가 문어를 보고 착안했다는 '옥토 랩'을 비롯해 굿모닝신한증권의 '명품 시리즈',한화증권 '꿈에그린 차이나펀드'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증권사들이 과거 증시 상황에 의존해 위탁수수료만 쳐다보던 '천수답식 경영'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자산관리형 영업으로 변모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고객의 자산을 불려 고객과 증권사가 윈-윈할 수 있는 경영 전략으로 옮겨간 것이다.

CMA는 은행의 보통예금 자금을 끌어오면서 증권사 최고 히트 상품으로 부상했다.

직장인 세 명 중 한 명은 가입한 CMA는 은행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데다 부가서비스는 물론 하루만 맡겨도 연 4%정도의 이자를 챙겨주기 때문이다.

또 고객 성향에 따라 운용까지 증권사가 도맡아주는 일임형 랩어카운드와 ELS(주식연계증권) ELF(주식연계펀드) 등 각종 장외파생상품들도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주식 관련 투자자금 급증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100조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형이 56조8140억원,해외 주식형이 43조189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주식형펀드 잔액이 46조5460억원이었으니 1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지난해 말 8조4490억원에서 13조2410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산이 불어난 덕분도 있지만 증시를 기웃거리는 자금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CMA도 이 기간 8조6600억원에서 25조1000억원으로 세 배나 불었다.

한 달 평균 1조5000억원씩 늘고 있다.

2001년 초 도입된 랩어카운트는 지난 10월 말 현재 가입 규모가 9조원을 넘어섰으며 ELS도 월 평균 2조원 안팎 발행되는 추세다.


◆은행권 자금 엑소더스 가속화될 듯

은행권 예금 상품의 이탈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은행 정기예금 이자가 물가상승률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침에 따라 시중자금이 고수익을 찾아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과 예금의 비중은 47%다.

보험과 연금이 23%에 달한 반면 주식과 펀드 비중은 각각 19%,7%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식과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7%,14%에 달하고 있다.

특히 펀드는 그 중심에 서 있다.

국내 펀드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23%였다.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펀드시장 규모가 50%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체적인 펀드 규모뿐 아니라 주식형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여전히 적다.

주식형과 채권형 비율은 각각 34% 대 21%로 선진국의 52%대 16%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2010년부터는 퇴직연금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민연금과 변액보험도 펀드 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5년 후 주식형펀드는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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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MA(종합자산관기계좌)
은행권의 보통예금과 같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지만 하루만 맡겨도 최고 연 4~5%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단기고수익 상품이다.
증권회사가 계좌 내 여유 자금을 자동적으로 RP(환매조건부채권),예금 등 단기 고수익 상품에 운용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또 은행 연계계좌를 통해 급여이체,결제대금 자동납부 등은 물론 체크카드도 이용할 수 있다.

▶ 랩 어카운트
'Wrap'(포장하다)과 'Account'(계좌)의 합성어로 고객이 맡긴 재산에 대해 자산구성부터 운용,투자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종합서비스다.
증권사들이 주식 등을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를 떼는 위탁계좌와 달리 고객이 맡긴 자산을 기준으로 일정률의 수수료를 받고 상담과 운용을 해주는 개인별 자산관리계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