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해를 겪은 탓인지 지하 1층 중소형 마트도 텅비어 있다.
1970년대에 형성된 동문재래시장과 수산시장도 장을 보는 오후 시간대 잠시 유동인구가 늘 뿐 사정은 비슷하다.
제주도청 경찰청 등 행정기관이 이전하고 연동과 노형동 등에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상권이 분산된 데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위축된 탓이다.
롯데마트 이마트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진출도 영향을 미쳤다.
동문재래시장 입구 노점에서 26년간 멸치 등 건어물을 판매해온 박예례씨는 "과거엔 걷기 힘들 정도로 길가에 사람이 붐볐지만 요즘은 손님이 한 사람도 없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칠성로상점가에서 만난 한 맞춤 양복점 사장은 2년째 문 닫은 옆 가게를 가리키면서 "권리금도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칠성로에서도 산지천 옆 구간에 빈 점포가 더욱 많고 저녁만 되면 슬럼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금강제화에서 코리아극장에 이르는 길 양쪽은 아직도 마에스트로 캐빈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가 즐비해 제주 패션 1번지로서의 명성은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개를 들면 레스토랑과 호프집 등으로 밤 11시까지도 환했던 이 거리 2층 매장의 상당수가 어둠속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제주공항에 내국인 면세점이 생기면서 화장품가게 안경점 금은방이 타격을 받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990년대 말만 해도 잭 니클라우스나 라코스떼매장이 전국 매장에서 1∼2위를 달릴 만큼 잘나가던 상권이었다.
1990년 문을 연 제주 유일의 지하상가인 중앙지하상가는 중ㆍ저가 의류를 주로 팔고 있다.
400여m에 384개 점포가 있지만 역시 빈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매출실적이 10∼20% 줄어들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30여년 역사를 갖고 있는 중앙로 상가는 원래 주류를 이루던 교복 및 학생용 가방점이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휴대폰 단말기판매점과 의료 가방 신발가게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임대문의 딱지가 붙은 휴대폰대리점이 3∼4곳 이상으로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