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분열됐던 민주개혁세력이 다시 하나로 뭉쳤다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2003년 민주당 분당 후 돌고 돌아 4년2개월 만에 다시 민주당(약칭)으로 복귀한 모양새다.

범여권이 일단 단일대오의 틀을 마련한 채 대선전에 임하게 됐다는 점에서 대선구도에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원칙도 명분도 없는 통합''도로민주당'이라는 내부비판조차 뒤로한 채 양당이 전격 합의한 것은 그만큼 공멸 위기감이 컸다는 방증이다.

신당이 두 달여간 올인해 온 '이명박 흔들기'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보수진영의 분열을 초래해 범여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보수진영의 파이만 키웠다.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존재감의 상실을 토로할 정도로 코너에 몰렸다.

그간 후순위였던 통합에 뒤늦게 매달린 배경이다.

통합 없인 '1강(이명박)1중(이회창)1약(정동영 대통합신당 후보)구도'를 깨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 관심은 통합과 후보단일화의 파괴력이다.

단일후보의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20% 초반)를 넘어서느냐가 첫 시험대다.

현재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10% 초반대이고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2%안팎이라는 점에서 산술적으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도 20%를 넘기가 어렵지만 보이지 않는 플러스 요인을 고려하면 다른 양상을 보일수도 있다는 게 양당의 주장이다.

정동영 후보의 민병두 전략기획 본부장은 12일 "지지세력 복원은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며 "단순히 산술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심리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당 모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단일화는 1차적으로 호남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이어 수도권의 호남출신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범여권 분열로 중립지대에 있는 부동표를 흡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다분하다.

정 후보는 호남권 지지가 높고 이 후보는 충청권에 일정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하게나마 호남ㆍ충청 연합을 통한 서부벨트를 되살릴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는다.

조만간 20%를 넘겨 3자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범여권의 논거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않다.

당장 범여권 내 역풍이 불 조짐이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이날 "양당이 합당을 강행하면 19일 합당신고 전 탈당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도로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은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의 명분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친노 측 이화영 의원은 "정당정치의 위기이자 퇴보"라고 말했다.

총선 공천과 직결된 지분문제도 갈등의 불씨다.

정책과 노선이 배제된 채 대선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공학만이 강조된 데 대한 여론의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파괴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