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주회는 아주 특별하지요.

중간에 나오는 박수도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한창 고조되고 있는 곡의 흐름이 끊길 수 있으니까요."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61)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앞두고 12일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내달 8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8회 공연을 통해 32곡을 연속으로 선보인다.

2개월에서 1년여에 걸쳐 베토벤 전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는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소화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건반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백씨는 "베토벤에 온전히 빠지고 싶어서 일정을 이렇게 짰다"고 밝혔다.

그가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체력보다 '생각의 구성'이었다.

베토벤이 전 생애를 바쳐 쓴 곡이기에 그의 초년부터 말년까지의 감정을 한꺼번에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60여년 동안 쓴 곡을 8회에 연주하는 것은 무대에 한번 설 때마다 8년 가까운 베토벤의 생애를 담아내는 셈이다.

"베토벤의 음악에는 아이와 같은 순수함,폭풍우와 같은 열정,여성적인 섬세함이 모두 담겨 있어 이런 것들을 곡 안에서 잘 조율해 나가는 것이 이번 연주회의 관건입니다."

베토벤의 폭넓은 음악세계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음악 인생을 정리하고 싶은 것도 그가 이번 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다.

그는 '학자와 같은 피아니스트'라는 별명답게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방대한 양의 책을 읽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와 함께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동안 베토벤에 관련된 논문 뿐만 아니라 그에 관한 서적은 거의 모두 탐독했다.

지난 6월에는 공연을 앞두고 베토벤이 음악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빈을 방문해 그의 삶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그의 이번 연주회는 1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의 기획사 크레디아가 일주일치 공연표를 반값에 발매한 '베토벤 클럽' 패키지 800장은 이미 올해 1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매진됐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회의 입장료는 2만~5만원이다.

(02)318-4302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