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가 용광로처럼 뜨겁다.

연초 2700선에서 출발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올들어 130%가량 급등해 6000선을 뚫은 뒤 조정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가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중국회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8월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증시들이 대폭락했을 때도 중국증시는 나홀로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워렌버핏의 버블(거품) 경고도,올해 다섯번이나 단행된 금리인상도 증시로 밀려드는 투자자들을 막지 못하고 있다.

중국 주식투자 인구는 올 9월말 기준으로 1억2604만명에 달해 1년전 보다 50%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증시활황 뒤에는 중국만이 가진 시장 특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돈은 밀물처럼 들어오지만 거래물량은 턱없이 부족하고,시장은 폐쇄적이다.

'풍부한 자금과 부족한 물량'이라는 수급환경에다 기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주가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비유통주,독약인가 명약인가=중국기업의 주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유통주와 비유통주다.

비유통주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혹은 국영기관이 보유한 주식을 말한다.

증시에 상장돼 있지 않으며,거래도 안된다.

특히 대형 국영기업의 경우 비 유통주 비중이 높다.

페트로차이나만 해도 정부 보유지분(비유통주)이 약 88%다.

이들 국영기업이 발행한 주식중 60-70%는 비유통주일 것으로 추정된다.

페트로차이나가 덩치가 몇배 큰 엑슨모빌보다 시가총액에서 두배가 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페트로차이나의 주식수는 40억주다.

홍콩증시에는 210억주가 상장돼 있다.

반면 비유통주식수는 1580억주로 총 발행주식은 1830억주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시가총액은 발행주식수에 주가를 곱한 것인데 지난 5일 상장일의 시가총액은 40억주의 주가인 주당 5.90달러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1조800억달러(1830억x5.90달러)의 페트로차이나 시가총액은 발행주식의 2.2%인 40억주가 결정한 셈이다.

만일 이날 홍콩증시의 종가인 주당 2.32달러를 기준으로 한다면 페트로차이나의 시가총액은 4240억달러로 엑슨모빌의 4880억달러에 못미친다.

상하이증시의 물량부족이 주가 왜곡 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증시가 비 유통주로 인한 만성적인 물량부족에 시달릴 것인가.

답은 '아니다'이다.

정부는 2005년 비 유통주의 유통화를 '주식개혁'이란 이름으로 단행했다.

각 기업이 비 유통주를 유통화시키지 않는다면 증자금지등 각종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

대신 일시에 비 유통주가 시장에 흘러나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주식을 풀도록 했다.

또 주가 하락을 감안해 기존 주주들에게 보상을 해주도록 했다.

시장에 영향을 주지않으면서 '천천히'라는 조건을 달아 '유통화'라는 목표를 관철시켰다.

현재 상장된 기업중 95%가 비유통주의 유통화를 결의했고,단계적으로 물량을 풀고 있는 중이다.

비 유통주의 유통화는 단기적으로 주가상승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 유통주의 유통화를 결의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장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진 않는다.

공급부족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대량으로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를 덜었고 마음놓고 주식을 살 수 있게 됐다.

비유통주가 많은 종목은 우량 국영기업들이어서 기관투자가들의 좋은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전체 주식수의 60-70%를 차지하는 비유통주가 계속 출회된다면 시장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유동성 공급이 줄어든다면 물량확대는 증시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폐쇄적 시장구조=중국본토와 홍콩시장에는 48개 종목이 동시상장돼 있다.

그러나 홍콩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본토증시 보다 평균 45%가량 싸다.

상하이증시에서 3.30달러선인 중국국제항공은 홍콩증시에서 1.50달러선에 매매된다.

같은 종목이지만 주가가 차이나는 것은 중국시장의 폐쇄성에서 기인한다.

현재 정부는 해외 주식투자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작년부터 기관투자가들이 일부 해외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지만,한도가 420억달러에 불과하다.

개인투자자들은 어느나라에건 직접 투자를 할 수가 없다.

중국의 돈은 중국안에서만 돌게 돼 있는 셈이다.

중국증시에 돈은 쏟아져 들어오지만 밖으로 나가지 못해 주가가 뛰고 있다.

반대로 외국인의 대 중국투자는 규제되고 있다.

외국의 기관투자가가 중국 본토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액은 현재 100억달러로 묶여 있다.

투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부 허가를 받은 기관으로 제한된다.

외국의 기관투자가는 대부분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대상을 선정한다.

중국에선 이런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중국정부는 투자자들에게 '시장 원리'를 배우라고 하지만,가르칠 교사가 없는 셈이다.

이런 폐쇄성은 '비이성적인 투자'를 일으켜 주식 광풍을 몰고오고 있다.

◆주가 고평가 논란=중국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정도.주가수익비율은 주당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어느수준에 머물고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만일 PER이 두배면 주당수익에 비해 주가가 2배정도 높다는 뜻이다.

최근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국의 인터넷업체 알리바바는 PER이 300배에 육박한다.

한국증시에 상장된 종목의 평균 PER이 13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평가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다.

그러나 한편에선 아직 멀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시가총액은 10월말 기준으로 GDP 보다 적다.

미국은 GDP 보다 40% 많고,한국 역시 24% 초과한 상태다.

따라서 아직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중국기업의 증가세다.

메릴린치는 중국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을 50%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런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냐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중국경제 상황으로 볼때 당분간 매년 20-30%의 이익증가가 가능하다는 시각과 올림픽 이후엔 고꾸라질 것이란 전망이 맞선다.

중국증시의 미래가치를 얼마나 부여할 것인지가 버블 논쟁의 핵심 쟁점이다.

이에 따라 투자 리스크는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사실 중국주가 상승에는 중국정부라는 '보이지않는 손'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많다.

정부가 주식시장을 소득분배와 기업 개혁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통해 서민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한편 기업들이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주가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그러나 버블이 커지면서 정부정책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홍콩증시 직접투자 허용 유보다.

정부는 지난 8월 홍콩시장에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를 허용키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3개월만에 '유보'쪽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또 상하이증시의 과열을 막기 위해 홍콩시장과의 주식교환을 이야기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그만큼 증시상황이 꼬여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넘치는 유동성을 줄여 버블을 막아야 하지만 한꺼번에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가 폭락을 야기해 잘나가는 중국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금리를 대폭 올리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그러나 주가가 더 오르면 중국정부는 고금리 정책 등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을 게 분명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정부정책에 따른 '투자 리스크'가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