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이나 보라색조의 바탕화면에 기(氣)를 채색하고 싶었어요.

우주의 기운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식물의 씨앗을 소재로 삼았고요.

식물이 씨앗을 만들기 위해 꽃을 피우고 빛에너지를 발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나름대로의 조형언어로 풀어보려는 겁니다."

재미작가 곽훈씨(65)가 말하는 '기(氣－CHI) 조형론'이다.

곽씨는 색 배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대표적인 추상화가다.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이기도 했던 곽씨의 개인전이 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2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우주의 생명을 주제로 화려한 색감과 한국적 정서를 빛에너지로 표현한 '기－CHI' 시리즈(사진) 근작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간 곽씨는 그동안 '주문'이나 '다완' '겁' '기' 시리즈를 비롯해 옹기 설치 작업,퍼포먼스 등을 다양하게 선보여왔다.

특히 '기' 시리즈는 타원형 씨앗 속에서 미묘한 색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에너지의 흔적들을 표현,주목을 받았다.

씨앗이 터지는 과정에서 기와 이(理)의 미묘한 이분법을 형상화했다.

다양한 색들이 뒤섞인 화면은 에너지로 가득찬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크릴 물감으로 바탕색을 칠한 후 표면을 긁어내고 다시 여러 번 덧칠한 화면은 생명과 에너지를 표현한 작업답게 자유분방하고 활기차다.

곽씨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유가사상을 비롯해 불교사상，노장사상을 색채에 담아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02)542-554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