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9일 민주화 원로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정 후보는 이날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함세웅 신부,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등 민주화운동의 재야 원로 3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대선 승리의 전의를 다졌다.

재야 원로들 앞에 선 정 후보는 어느 때보다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정동영이 부진해서 수구보수 진영이 강성해진 결과를 제공했다.

좀 더 성심껏 잘했어야 하는데 하는 자괴감이 있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제가 부족해서 생각 밖의 후보가 돌출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며 "오늘의 시국에 대해서 바윗덩어리 같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사실 연초만 해도 깜깜했던 상황에서 작지만 희망의 길을 열어왔다"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막중한 역사적 책무감을 가지고 민주화 세력들이 염원해온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자리를 함께 한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도 "어르신들을 보면서 고향에 돌아온 느낌도 들지만 솔직히 말해 돌아온 탕자의 심정"이라며 "앞으로 40일 동안 전력을 다하겠지만 우리의 용기와 힘만으론 부족한 것 같다.

염치 없고 죄송하지만 용기와 지혜를 불어넣어 주셔서 다시 일어나 전진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야 원로들은 한목소리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민주평화세력의 단합이 필요하다며 정 후보를 격려했다.

함세웅 신부는 "70년대 명동성당에 찾아와 '신앙인들도 독재시대의 불의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던 대학생 정동영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번 대선에서 민주와 자유를 숭배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범여권이 너무 BBK에 기대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사회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열정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수구세력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미약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