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상의에 항상 착용되는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배지가 '공화국기' 배지로 전면 교체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연구소 연구교수는 9일 "중국 선양의 모란관,평양관,동묘향산,그리고 옌지의 평양장수관 등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모두 '공화국기' 휘장을 착용 중"이라며 "이런 전면적인 변화는 9월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개방 의지는 물론 후계 체제와 관련한 치밀한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느 한 개인에 대한 충성심에 근거한 후계 체제를 준비하는 것보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심에 근거한 후계 체제를 준비함으로써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만들 수 있다"며 "수령이라는 지도자 개인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탈피함으로써 북한 체제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민이 담긴 결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은 그동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전 국민의 휘장 착용으로 국제 사회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국제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규범과 규칙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도 "만약 휘장 교체가 사실이라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및 경제 살리기라는 중요한 목표를 앞에 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생존 전략으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국제 사회에서 왜곡된 북한의 이미지를 완화시키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9월쯤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북측 요인들이 휘장을 착용하고 있지 않다는 정보가 입수되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인지,전체 공관에 해당하는 사항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북한 내에서 활동하는 북측 요인들의 착용 휘장은 교체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남북 총리회담 1차 예비 접촉에 참석한 북측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 등은 종전대로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휘장을 달고 나왔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