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기업금융 시장이 올해보다 상당폭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바젤2(국제결제은행 신협약) 시행에 따라 은행들이 위험 관리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자제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이처럼 기업에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줄어들면 고유가,저환율,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의 악재와 맞물려 자칫 회복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8일 산업은행은 '2007년 기업금융 시장 분석과 2008년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기업금융 순증액은 174조2000억원으로 올해 190조8000억원에 비해 16조6000억원(8.7%)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등 금융권이 기업에 순공급한 자금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늘었으나 내년엔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중소기업 대출 크게 줄듯

기업금융 시장 위축은 바젤2에서 촉발될 것이라는 게 산은의 분석이다.

산은은 바젤2가 시행되면 소매대출이나 대기업대출 등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감소하는 반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젤2 실시는 은행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심화시키고 이는 결국 중소기업 대출의 위축을 불러오게 된다는 판단이다.

올해 말 은행 등 금융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569조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3.4% 늘겠지만,내년 말 잔액은 658조5000억원으로 증가율이 15.7%로 떨어질 전망이다.

간접금융 순공급액은 올해 107조7000억원이지만 내년엔 89조5000억원으로 18조2000억원 감소한다.

현재 기업 대출의 90% 이상이 중소기업 대출이기 때문에 간접금융 감소액 전체를 중소기업 대출 감소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산은의 진단이다.

산은은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후유증도 걱정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은행의 건설업 대출잔액이 두 배로 늘었는데 향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부동산 관련 업체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건설사 CP발행 통한 조달 어려워져

내년 직접금융 시장의 사정은 간접금융 시장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

직접금융 방식을 통한 기업들의 조달액은 내년 84조7000억원으로 올해 83조1000억원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부문별로는 내년 채권 발행액은 117조4000억원으로 만기 도래 65조5000억원을 빼면 51조9000억원이 순발행된다.

올해 순발행액 45조4000억원에 비해 1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산은은 올 상반기부터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대기업들의 자금 수요 증대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며,인수·합병(M&A) 목적의 회사채 발행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시장을 통한 조달액은 올해 11조6000억원에서 내년 13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유가증권시장이 8조6000억원,코스닥시장이 4조7000억원 등이다.

그러나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한 조달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구체적으론 올해 26조1000억원에서 내년 19조6000억원으로 감소한다.

CP는 올 들어 부동산 건설을 기초로 한 자산담보부 CP(ABCP)가 크게 늘었는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금리 상승의 여파로 급증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ABCP의 주 수요처인 은행권이 위험 관리 차원에서 보유 물량을 축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