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수뢰 혐의로 구속된 전군표 국세청장의 후임 인사에 대한 가닥을 잡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다.

'내부 승진' 쪽으로 알려졌던 인선 방향에 대해서도 "내부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와 외부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당초 8일 인사추천회의를 열어 후임 인선을 매듭지을 계획이었다.

총리나 장관이 아닌,비리혐의로 구속된 차관급의 외청장 인선을 놓고 청와대가 이처럼 고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세청 통상적인 현안을 무난히 끌고가는 것과 '과거 관행'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쇄신하라는 여론의 압력 사이에서 비서실의 인사참모들이 방향을 쉽게 잡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천 대변인은 전 청장의 수뢰에 대해 청와대 책임론을 차단하는 한편 "인사에서 완벽한 대안은 없다.

외부 인사가 왔을 경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알려진대로 내부에서 승진 시킨다면 한상률 현 국세청 차장(행시 21회)의 기용이 가장 무난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현 지도부로는 실추된 국세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용민 대통령 경제보좌관(17회)이 외부 후보로 꼽히지만 청와대에 들어온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국정원과 검찰에 이어 국세청까지 핵심 권력기관을 부산 출신이 독식하는 모양새도 부담이다.

국세청의 쇄신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차원에서 반부패업무를 총괄해온 장태평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20회)도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