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신뢰관계를 상실한 회원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이나 운영위원회의 동의가 없더라도 입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앞으로 골프장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질서를 문란케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회원의 경우 회원권 시세가 아무리 올랐더라도 입회금만 돌려주고 회원을 탈퇴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신일수)는 8일 J골프장이 회원 이모씨(64)를 상대로 낸 '회원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이모씨는 J골프장 회원으로 골프장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골프장 입회계약은 골프장과 회원 간의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약"이라며 "당사자의 한쪽이 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신뢰관계가 파괴됐을 경우 골프장 회칙에 해지 사유가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입회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 이모씨가 캐디들에게 강제추행,모욕,협박 등의 행위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골프장을 모욕하는 등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며 "신뢰관계의 상실을 이유로 해지권을 행사할 경우 적법하게 구성된 골프장 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해지 통지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1986년 1950만원을 내고 J골프장 회원이 된 이모씨는 2005년 캐디를 강제추행했다가 골프장 측으로부터 '성희롱 중단' 경고를 받은 뒤 'J골프장운영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비상대책위 회장으로 선출된 이모씨는 골프장 회원들에게 골프장을 비방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골프장 운영에 관한 비방의 글을 게재해 왔다.

이에 대해 골프장 측은 지난 1월 골프장 명예를 훼손하며 회원 간 친목을 해치고 골프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이유로 입회계약 해지 통지를 하고 공탁비용을 공제한 1922만원을 공탁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모씨는 이 판결이 확정되면 현재 3억원이 넘는 회원권 시세의 15분의 1에도 못미치는 금액만 받고 회원 지위를 잃게 된다.

한은구/박민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