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조직도,사람도 없다. 맨 몸으로 부딪칠 수밖에…."

8일 오후 1시20분 이회창 후보와 도시락 오찬을 하고 나온 강삼재 전 의원은 '이회창 대선캠프'에 대해 "한마디로 '제로 베이스'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좌파정권 종식을 선언하며 7일 대선판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전 의원은 "출마 시기와 (선거) 준비를 병행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식기구(선대위)가 뜰 수 있는 기초작업부터 착수하겠지만 기존 정당조직을 따라가려면 손발이 모자란다.

무소속답게 단출하고 날렵하게 조직을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은 강 전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터뜨리는 등 민주계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이 후보를 위해 뛰었다.

이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자 강 전 의원은 사무총장직을 내놓았으나 다시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끝까지 대선전을 도왔다.

강 전 의원은 이날 캠프 내 '선거대책기구(가칭)' 좌장을 맡았지만 별도의 참모회의는 없었다.

◆조직ㆍ정책ㆍ공약 없어

이 후보 캠프는 이날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지만 캠프 운영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캠프 관계자는 "(사무실에) 찾아오거나 연락이 닿는 사람부터 일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후보가 국민에게 내놓아야 할 정책공약도 사실상 백지상태다.

이 후보를 돕는 외부 교수그룹에서 2002년 대선공약을 짜깁기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경제정책의 경우 '따뜻한 시장경제'라는 모토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차별화한다는 방향을 정했다.

2002년 공약을 감안해보면 법인세 인하와 기업규제 철폐 등의 정책이 나올 것으로 측근들은 예상했다.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의 완전한 폐기를 골자로 하는 공약을 제시, 이명박 후보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울 방침이다.

이 후보 측은 주말께 선대위 인선을 마무리한다.

◆내주부터 버스 지방투어


이 후보는 첫 대선행보로 8일 서울 노원구에 사는 10대 소년소녀가장과 60대 중증장애인 노부부 가정을 방문했다.

당초 측근들은 원로 정치지도자나 종교계 인사 면담을 추진했지만 이 후보가 단번에 거부했다.

이흥주 특보는 "이 후보가 홀로서기를 선언한 만큼 기존의 귀족적이고 틀에 박힌 이미지를 벗고 철저히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전략을 내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특히 경제성장과 분배의 틈바구니에 낀 소외계층을 끌어 안음으로써 성장 위주의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내주부터 버스를 타고 전국투어를 강행,민생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