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복제'작업을 25년째 해온 서양화가 한만영씨(61ㆍ성신여대 교수)가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한씨는 르네 마그리트,정선 등 국내외 유명화가의 작품이나 민화 등을 재료로 평면과 입체의 통합공간에 '시간의 흔적'을 그려내는 추상화가다.

1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겸재 정선의 1764년작 금강전도(218.2×333.3㎝)의 대형화면 위에 '시간의 궤적'을 그린 작품을 비롯해 색채화가 마티스,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을 콜라주한 작품 등 근작 20여점을 출품했다.

그의 작업에는 항상 와이어,철사,책,레코드판,바이올린 등의 오브제가 들어있는 아크릴박스와 빈 상자가 따라다닌다.

실제를 자극하는 오브제 상자와 의식의 저 편을 뜻하는 빈 상자는 과거와 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복제'도구다.

실제와 기억이 연결된 상자 속에는 '시간'이 담기기도 하고,오브제들이 잠재의식 속에 '기억'으로 저장되기도 한다.

그는 이처럼 작업을 단순화하고 관념화시켰다는 의미에서 그동안의 모든 작품 제목을 '시간의 복제'로 붙였다.

한씨는 "내 작업에 등장하는 명작들은 독립적이고 비어있는 기호이며 모든 의미와 메시지를 생산하는 공간"이라며 "관람객들에게 사랑 욕망 그리움 안타까움 두려움 회한 등의 무수한 감정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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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