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일한 단관극장(대형 스크린 1개)인 서대문 미근동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가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서대문 사거리에서 경찰청에 이르는 이 극장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곧 건물이 헐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거를 앞둔 드림시네마는 어느 때보다 활기찬 모습이다.

오는 15일부터 20년 전의 히트영화'더티 댄싱'을 반값에 보여주는 '마지막 이벤트'를 준비한 것.원본의 깨끗한 화질로 재개봉되는 '더티 댄싱'은 'The time of my life' 등 삽입곡들의 인기와 더불어 1980년대 최고의 댄스영화로 꼽히고 있다.

행사를 기획한 김은주 드림시네마 대표(33)는 폐관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오히려 들뜬 모습이었다.

"'더티 댄싱'이 국내 개봉된 1988년 1월 저는 중학생이었어요.

미성년자관람불가여서 명동 중앙시네마에서 세번이나 퇴짜를 맞았죠.결국 모자와 화장으로 변장해 지금은 없어진 신촌 크리스탈극장에서 봤는데 그 감동은 아직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김 대표는 극장 안에 '달고나''아폴로' 등 불량식품(?)과 1980년대 영화 사운드트랙 LP를 전시하고,관람료도 20년 전과 똑같은 3500원으로 정하는 등 이번 행사를 특별하게 꾸몄다.

"드림시네마와 함께 운영하던 충무로의 스카라극장이 2004년 문화재 지정 예고로 폐관될 때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아무런 기념 행사도 못했죠.그게 너무 아쉬워서 이번 이벤트에 더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의 극장 수는 321개(1880개 스크린).이 가운데 복합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가 198개(1562개 스크린)로 61%를 차지하고 있다.

스크린 수로 따지면 멀티플렉스의 비중이 83%나 된다.

그 외에는 100석 안팎의 소극장들이고,드림시네마 같은 단관극장은 전국적으로도 몇 개밖에 없다.

1964년 화양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드림시네마는 이미 사라진 많은 단관극장들과 비슷한 굴곡의 세월을 거쳤다.

1980년대 대지극장 명화극장 등과 함께 '영웅본색' '천녀유혼' 등 홍콩영화 개봉관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1990년대 들어 신촌과 종로 일대에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들어서면서 쇠락기를 맞았다.

1999년 지금의 드림시네마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재개봉이나 시사회 상영으로 힘겹게 명맥을 이어왔다.

"옛 단관극장들이 상업적으로 멀티플렉스와 경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100∼200석 짜리 멀티플렉스에서는 못 느끼는 진짜 영화의 감동을 느낄 수 있지요.

드림시네마만 해도 좌석이 700석이나 되는 걸요."

옛 극장에 대한 김 대표의 사랑은 남다르다.

드림시네마를 떠나보내는 대신 내년 4월부터 인사동 필름포럼의 운영을 맡아 극장 이름을 옛 허리우드극장으로 다시 바꿀 예정이다.

재개관 기념으로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인상적인 '미션'의 재개봉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1980년대 그림 간판을 내걸고 건물이 헐리는 날까지 '더티 댄싱'을 상영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마지막으로 드림시네마의 추억을 되새기고 가시면 좋겠어요."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