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애써 구글을 외면했다.

MS 30년 역사에 최대 위협으로 구글이 떠오르고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반복된 질문에도 몇 번이고 "구글은 MS의 적수가 아니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천재 프로그래머이자 빌 게이츠의 후계자로 지목받는 레이 오지 MS 최고 소프트웨어 책임자(CSA)는 고백한다.

'구글의 성공은 우리(MS)의 잠을 깨우고 있는 소리'라고.


전 세계 정보기술(IT) 분야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MS와 구글의 다툼이 치열하다.

MS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구글은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세계 IT 업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전투가 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따라 인수합병(M&A)이 빨라지는 등 IT업계에 격랑이 예상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구글은 개발 코드명 '안드로이드(Android)'로 불리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안드로이드는 휴대폰에서 강력한 인터넷 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일종의 모바일 소프트웨어.이를 장착한 '구글폰'은 검색 위치서비스 메신저 동영상 등 기존 PC상의 인터넷 기능을 휴대폰에서도 그대로 구현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 33개 이동통신 및 반도체 회사를 동맹군으로 확보한 구글의 진군은 약진을 노리던 MS에 '일격'을 가한 꼴이 됐다.

MS는 모바일 OS 시장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들여 '윈도 모바일'을 개발,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MS와 구글의 '상호 불가침' 전통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2년여 전부터다.

인터넷 검색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독주가 이어지자 MS는 지난해 초 새로운 검색엔진 '라이브 서치'와 애드센터 등을 내세우며 구글 추격전에 시동을 걸었다.

구글은 MS가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던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 시장에 구글앱스를 출시,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구글의 독스&스프레드시트는 MS오피스 프로그램 없이도 웹상에서 문서나 표를 작성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MS를 긴장시켰다.

최근 두 회사는 덩치 불리기 싸움에 나섰다.

지난달 MS는 미국 2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 지분 인수전에서 구글을 따돌리고 그동안의 패배를 설욕했다.

AOL 지분 5% 인수(2005년 12월),유튜브 인수(2006년 10월),더블클릭 인수(2007년 4월) 등 일련의 기업 인수 경쟁에서 번번이 구글에 무릎을 꿇어온 굴욕을 갚은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반격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곧바로 몇몇 소셜 네트워크 업체와 손잡고 구글 프로그램의 호환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몸집 불리기로 IT업계의 인수합병(M&A)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현재 PC 중심의 IT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