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承烈 < 한국외대 교수·중국경제 >

요즘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 가능성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4만여개 우리 기업은 물론 15조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중국 펀드 투자자들의 눈이 온통 중국의 향배에 쏠려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중국 최대 석유ㆍ가스회사인 페트로차이나는 지난 5일 상하이증시 상장 첫날 시가총액 976조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상하이증시 자체는 중국 정부의 거품 제거 의지에 따라 전주 말에 비해 2.48% 급락했다.

세계적으로도 유가 상승과 함께 미국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각국 중앙은행은 슬금슬금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중국 경제 거품 붕괴의 여파가 세계 경제를 뒤덮을 것인지,세계 경제 불안으로 인해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가 막을 내릴지에 관한 것으로 논의가 압축된다.

중국은 경기 조절을 위해 올해에만 이율을 다섯 차례,지급준비율을 여덟 차례 올렸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11% 선을 넘고 있고,화폐 공급량이나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에 재갈을 물리는 일은 실패했다.

선전과 베이징 등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올 들어 10% 이상 상승했다.

고삐 풀린 중국 경제의 과열 현상으로 미루어 볼 때,심리적 불안만 해소할 수 있다면 세계 경제의 경색 국면은 오히려 중국 경제에 약이 될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부동산 경기 하락,환율 불안에 따라 서방 경제의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고 전문 기관들은 내년의 세계 경제 성장 예측치를 내려잡고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은 봇물처럼 쏟아내던 중국의 수출과 무역 흑자 증가 속도를 조율하는 자동조절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거시 정책도 점차 직접적이며 적극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긴축 필요성에 목청을 높이면서도 고용과 소득 증가 효과로 인해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성장률을 내심 즐겨 왔다.

증시의 폭발적 장세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더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자 비로소 진검(眞劍)을 빼들었다.

내년까지 총 1조6000억위안(약 200조원)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기관 및 개인의 해외 투자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 동안 중국의 해외 금융시장 투자가 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발빠른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러시안 룰렛 게임에 비유됐던 중국의 대규모 미 달러화 자산을 둘러싼 위험 부담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1조5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 중 미국 국채 보유량을 약 4000억달러로 줄였다.

미 달러화 약세의 충격이 중국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적어진 것이다.

중국의 가파른 임금 상승과 물가,가공 교역용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이 또한 결정적인 악재가 되기 어렵다.

최근 중국의 물가 상승은 주로 식료품 등의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인한 것이다.

임금 상승에 따른 중국 수출상품 구조 개선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질 시비를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對) 중국 투자자는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몇 가지 중국 국내 경제의 과도기적 변화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안으로는 대형 국유 기업의 기업 공개(IPO)와 국내 증시 상장,그리고 상장 기업 총 주식 수의 60% 수준에 이르는 비(非)유통 주식의 유통 확대 움직임에 따른 일시적 물량 폭증 가능성이다.

물론 신규 자금의 유입 효과도 있겠으나,제한된 자본이 갑자기 증가한 주식량을 좇다 보면 주식 가격의 전반적 하락은 불가피하다.

세계 경제 동향이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 분명히 도움이 되고 있으나,시장 제도 정착으로 인한 일시적 조정과 기복 현상은 불가피하다.

중·단기 투자는 물량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장기 투자는 중국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부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의 불안으로 인해 중국 투자자가 너무 황황해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