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홍콩 증시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투자 허용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홍콩 증시가 급락했다.

이에 따라 주로 홍콩 증시의 H주에 투자하는 국내 중국펀드의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일 뿐 홍콩 증시의 유동성 장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조치의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과도한 중국펀드 비중을 줄이고 분산투자에 나설 것을 권했다.

◆중국 펀드 수익률 적신호

5일 홍콩 H지수는 6.39% 급락했다.

지난 주말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재부각으로 3%대 급락한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H지수가 중국 내 다른 지수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빠진 것은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본토 개인들의 홍콩 증시 직접투자 허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시사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실제 H지수는 중국 본토 개인들의 주식 투자 허용이 알려진 지난 8월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무려 68%나 급등했었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돼있는 중국 정부 소유의 국유 기업 또는 정부 지분 30% 이상의 중국 기업 43개사를 대상으로 산출한다.


국내에서 설정된 중국펀드는 본토 주식이 아닌 H주를 주로 편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중국펀드도 최근 3개월 수익률이 47.54%에 달하는 등 최고의 수익률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호재가 무산되면서 H지수는 당분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를 통해 홍콩시장에 투자된 자금은 지난 10월12일 현재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부동산 채권 등을 제외하면 80%인 약 8조4000억원이 H주를 중심으로 한 홍콩 증시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해외 주식형펀드 전체 자금 41조9161억원의 20%에 달한다.

◆분산투자로 대처해야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런 방침은 속도 조절일 뿐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닌 만큼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분산투자할 것을 권했다.

오재열 한국투자증권 중화시장분석팀장은 "개인의 홍콩 증시 직접투자 허용은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시행될 수밖에 없다"며 "홍콩 증시로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분석팀장은 "홍콩 증시가 단기 급락에 그치고 다시 상승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과도한 중국 투자에 대한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문성 신한BNP파리바운용 이사도 "홍콩 H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상하이지수보다는 낮지만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최근과 같은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