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 맞물려 부실 우려

3.4분기 시중은행의 대출연체율이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급증한 중기대출이 환율하락.유가급등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 악화와 맞물릴 경우 향후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신 기준 적용)은 3분기말 1.32%로 전분기말에 비해 0.32%포인트 급등했다.

2005년말 1.02%, 작년말 0.86%로 줄곧 1% 부근을 맴돌다 3분기 크게 높아진 것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51%로 0.07%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쳤지만 중기대출 연체율 때문에 총연체율도 0.78%로 0.17%포인트나 상승했다.

신한은행도 중기대출 연체율이 3분기말 1.24%로 0.26%포인트나 급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51%로 0.01%포인트 낮아졌지만 중기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하면서 총연체율도 0.11%포인트 오른 0.80%를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중기대출의 연체율 상승폭이 0.13%포인트로 가계대출(0.07%포인트)의 두 배에 달했다.

2005년 1분기 이후 꾸준히 연체율을 낮춰왔던 국민은행[060000]도 총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3분기말 총연체율은 0.69%로 전분기보다 0.02%포인트 소폭 높아졌지만 중기대출의 상승폭은 0.04%포인트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1월1일부터 연체율 산정 기준을 변경했으며 신 기준을 이용하면 옛 기준에 따라 나온 수치보다 연체율이 낮게 산출되는 편인 점을 감안할 때 연체율 상승 현상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은행의 원화대출금 증가액에서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 2005년 20%대에서 지난해 50%, 올해 상반기 81.7%로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중기대출의 건전성이 아직까지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이지만 잠재적으로 향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기대출 연체율이 급등한 것은 올해 중순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자부담이 커진데다 원화강세와 고유가 등으로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악화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된 중기대출금의 일부가 주택시장 침체로 제때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수출호조와 내수회복세 등으로 중소기업의 영업환경은 개선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빠르게 늘면서 실질적인 부담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연체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유가.

환율 등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