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65) 감독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1984년 OB(현 두산) 사령탑을 시작으로 산전수전 다 겪고 23년 만에 일군 첫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이었음에도 김 감독은 온화한 미소로 1년 간 각고의 고생을 견뎌낸 코치들과 악수와 포옹만 나눴다.

태평양 시절부터 인연이 시작된 최고참 투수 조웅천과 진한 포옹을 나눌 순간만큼은 적막이 흘렀다.

첫 우승을 축하하는 애제자의 깊은 포옹에 김 감독의 몸짓도 잠시 떨렸다.

정대현이 이종욱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우승이 확정된 순간, SK 더그아웃은 '와' 하는 함성에 뒤덮였다.

코치들은 김 감독 중심으로 한 데 모여 정상 등극의 기쁨을 함께 나눴고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챔피언이 가져다 준 환희를 누렸다.

문학구장 곳곳에서 축포가 쏘아 올려졌고 창공은 우승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로 불야성을 이뤘다.

김 감독은 둥그렇게 원을 그린 선수단 사이에서 그토록 원하던 첫 헹가래를 받았다.

김 감독과 함께 스포테인먼트를 최일선에서 이끌어 온 신영철 SK 사장도 몸을 선수들에게 맡기고 공중 낙하를 즐겼다.

명영철 SK 단장은 양팔을 뒤흔들며 승리를 몸소 표현했고 쌍방울 시절부터 지금까지 SK 프런트 홍보팀을 이끌어 온 박철호 팀장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SK 프런트는 경기가 끝날 무렵부터 바삐 움직였다.

우승이 확정될 순간 선수들 손에 쥐여줄 샴페인을 부지런히 날랐다.

미국이나 일본프로야구 챔피언팀이 그러듯이 선수단 식당에서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 2리터짜리 페트병에 든 맥주가 수십 박스 공수됐다.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우승 모자와 티셔츠. 셔츠에는 항구 인천을 상징하는 배가 가운데 자리 잡았고 2007 프로야구 챔피언 SK 와이번스라는 글귀가 선명히 박혔다.

2000년 창단 후 첫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을 때는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축하쇼도 촌스럽게 치렀지만 이날은 예전부터 챔피언이었던 것처럼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헹가래가 끝난 뒤 선수단은 일제히 옷을 갈아입고 새 모자를 쓰고 챔피언답게 행동했다.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는 포수 박경완은 "현대 시절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 우승인데 울어보기는 처음"이라면서 "감독님께 뜻깊은 선물을 한 것 같고 절친한 친구 김원형이 첫 우승을 경험하게 돼 나도 덩달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원형은 쌍방울 초창기부터 SK까지 팀을 지켜 온 프랜차이즈 스타고 박경완과는 전주고 시절부터 무려 20년 가까운 지기다.

이어 "원형이와 마운드에서 서로 포옹하고 싶었지만 그걸 못해 아쉽다.

어린 투수들이 너무 잘 던져줘 우승할 수 있었다"며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