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 정원 2000명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간을 지체시키다 로스쿨 개원이 무산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법학교수회,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등이 정부안에 반발하고 있어 로스쿨 개원이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갑작스럽게 정부안 수용한 배경

교육인적자원부는 29일 오후 서남수 차관을 권철현 교육위원장(한나라당)에게 보내 로스쿨 2000명안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 전체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지적받은 '과학적 근거'에 대해 심도 있게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위는 지난 회의에서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일단 정부 보고는 받아들이되 총 정원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며 최종 확정 전에 다시 국회와 논의할 것"을 요구했었다.

권 위원장실 관계자는 "총 정원 산출 근거,앞으로의 계획안 등에 대해 위원장에게 상세히 보고드렸고 위원장도 '오케이' 사인을 냈다"면서 "사실상 정부안을 받아들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09년 로스쿨이 개교하기 위해서는 일정이 촉박하다는 것도 정부안을 받아들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날 긴급 회동에 교육위 양당 간사인 유기홍 대통합민주신당 의원과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도 참석하길 원했으나 두 의원은 개인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권 위원장은 양당 간사에게 해당 자료를 보내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홍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이 특별히 문제삼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교육부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학들 반발 거세질까

법학계 및 시민단체가 정부의 '총정원 2000명안'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 동의를 얻었어도 로스쿨 개원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데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법률 서비스의 대중화와 국제 경쟁력을 위해 로스쿨 총 정원은 3200명이 타당하며 교육부의 2000명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손 총장을 비롯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박철 한국외대 총장,박범훈 중앙대 총장,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심광숙 고려대 부총장 등 20개 주요 사립대 총장 및 부총장이 참석했다.

한 사립대 법과대학장은 "국회가 정부 손을 들어 줬어도 주요 대학들이 로스쿨 인가 신청을 거부하면 제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대응 수위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