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도 가장 잘 사는 주(州)인 바이에른주는 이달 초 새로운 총리를 맞이했다.

무려 14년이나 바이에른주를 '경영'하던 기민당(CSU)의 에드문트 스토이버 총리의 후임으로 같은 당 귄터 벡스타인 내무장관을 선임한 것.

언론은 벡스타인 총리의 첫 공식 일정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의 '경영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첫 일정을 지난 18일 바이에른주의 주도(州都)인 뮌헨시에 문을 연 'BMW벨트(독:BMW Welt.영:BMW World)' 개관식 참석으로 잡았다.

그는 금융,재정,환경 장관 등 핵심 수뇌부를 모두 대동하고 행사에 참석했다.

14년 만에 이뤄진 수뇌부 교체로 정신없이 바쁜 그가 만사 제쳐놓고 민간기업의 행사 참석을 첫 공식일정으로 잡은 이유는 뭘까.

벡스타인 총리는 "BMW는 뮌헨시,더 나아가 바이에른주를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살면 도시도 살고,기업이 죽으면 도시도 죽는다'는 기업과 도시의 동반자적 관계를 생각하면 새 총리의 첫 공식 일정을 지역 대표기업 방문으로 잡은 것은 당연하다는 것.게다가 이날은 BMW가 '고향'인 뮌헨시와 바이에른주에 더 없이 큰 '선물'을 주는 날이었다.

BMW벨트가 뮌헨시와 바이에른주에 선물이 되는 이유는 이곳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개념 자동차 출고장'이기 때문이다.

BMW벨트에서 고객에게 전달되는 차량은 연간 4만5000대 안팎.가족을 포함하면 연간 20만명가량이 차량을 '픽업'하기 위해 뮌헨을 방문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시번호판을 달면 운행이 가능한 만큼 유럽 전역은 물론 상당수 미국 고객들도 유럽여행을 겸해 신청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바로 옆 뮌헨 공장과 연계한 견학 프로그램 참관자와 BMW벨트 내에 마련된 다양한 'BMW 체험교실' 참석자,그리고 콘서트홀 및 미팅룸 등을 방문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연간 방문객 수는 85만명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뮌헨시 처지에선 기업 하나 잘 둔 덕분에 매년 85만명의 관광객을 '공짜로'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이 소비하는 돈이 뮌헨시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란 건 불 보듯 훤하다.

뮌헨시가 얻는 혜택은 이뿐이 아니다.

시의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야 할 콘서트홀 등 각종 문화시설도 '덤'으로 얻게 됐고,도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도 갖게 됐다.

뮌헨시민 400여명은 BMW벨트 덕에 실업자 신세에서 벗어나게 됐다.

크리스티안 우데 뮌헨시장은 "뮌헨에서만 3만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고마운' 기업이 또 다시 뮌헨에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다"며 "BMW벨트는 앞으로 축구팀인 '바이에른 뮌헨',10월 맥주축제인 '옥토버 페스트'와 함께 뮌헨의 3대 상징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새로운 랜드마크 탄생에는 뮌헨시와 바이에른주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BMW벨트를 일개 민간기업이 벌이는 사업으로 치부하지 않고,BMW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 나갔다.

뮌헨시와 바이에른주는 우선 BMW벨트가 그룹 본사 및 공장 인근에 들어설 수 있도록 올림픽 공원 부지 매입을 적극 도와줬다.

또 BMW벨트 건립으로 교통혼잡이 가중되지 않도록 교통신호체계를 개선해주는 한편 인근에 지하철역도 만들어줬다.

바이에른주의 클라우센 국장은 "바이에른주에 BMW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생길 수 있었던 건 뮌헨공대 등에서 배출하는 최고의 R&D(연구.개발) 인력과 아우토반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교통 인프라가 받춰줬기 때문"이라며 "뛰어난 도시가 좋은 기업을 배출하고,탄탄한 기업이 다시 도시를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셈"이라고 말했다.

뮌헨=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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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상생 사례는‥파리, 루이비통 매장은 일요영업 허용 ]

기업과 도시의 상생 발전전략은 BMW와 뮌헨시에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저마다 뿌리를 둔 도시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커 나갔고,고용 창출과 관광객 유인 등을 통해 하나 둘씩 은혜를 갚아나갔다.

세계적인 크리스털 업체인 스와로브스키와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마을인 마텐시가 대표적인 예다.

마텐시의 지원으로 스와로브스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그 혜택은 결국 마텐시에 되돌아왔다.

마텐시에 있는 스와로브스키의 박물관인 '크리스털 월드'는 현재 쉔부른 궁전에 이은 오스트리아의 최대 관광명소가 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허쉬 마을'도 비슷한 케이스다.

초콜릿 제조공장인 허쉬 공장을 중심으로 학교 호텔 테마파크 병원 등을 갖춘 이 마을에선 모든 게 허쉬 초콜릿과 관련이 있다.

가로등 마저 '키세스' 초콜릿 모양일 정도다.

2만1000명의 주민이 매년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루이비통-파리' 커플 역시 기업과 도시의 상생발전을 보여주는 사례다.

원칙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일요일에는 영업을 할 수 없지만,파리 중심가에 있는 루이비통 샹젤리제 매장은 예외로 인정받는 것.매장 자체가 하나의 문화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기독교계 노조단체가 소송까지 냈지만 재판부 역시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뮌헨이 BMW가 자리잡은 도시라면 일본 도요타시는 아예 도요타자동차만을 위한 도시다.

원래 고로모시였던 이곳은 도요타자동차가 들어선 지 21년 만인 1959년에 이름까지 바꾸며 도요타자동차와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