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하이닉스가 가격 제한폭 근처까지 폭등하는 등 IT주들이 이례적인 반등세를 시현했다.

그 동안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받던 대표 종목들의 '반란'이라는 점에서 몇몇 종목들에 집중돼 있던 시장의 매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29일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원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지수가 지난주 후반 의외의 급등 행진을 벌였으며, 2000포인트 탈환의 주도가 IT 관련주였다는 점은 더욱 더 의외였다"고 말했다.

펀더멘털이 변하거나 연속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지수 상승에 동참하지 못하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던 IT주들이 기관의 매수세 유입으로 꿈틀대면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

IT주의 반등은 시장 대비 가격 메리트를 가지고 주가 움직임상 저점에서 충분한 조정을 받으며 의미있는 반등을 보이고 있는 소외주에 대한 관심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시장의 2000포인트 안착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IT주의 완전한 귀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시적인 순환매가 유입되고 있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비중을 늘리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소장호 연구원은 "지난주 IT주들의 상승은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는 진부한 배경에 주목한 순환매적 성격의 접근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직은 확신을 가지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선제적인 대응보다는 시간을 두고 추세를 확인하면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도 "반도체주들이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소폭 반등)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최근 미국 기술주들의 반등은 신용경색 위기에서 좀 더 자유롭고자 하는 美 증시 내부의 투자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이 호전됐다는 점이 주가 상승의 근본적인 배경이긴 했지만, 이들 기업들의 실적 증가와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간의 연계성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

미국의 소비환경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요 측면에서 아직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우며 글로벌 기업들 간의 주도권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주들의 반등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주들의 반등은 극심한 밸류에이션 저평가에 따른 베어마켓 랠리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 "굳이 매수한다면 지금은 장기 및 가치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중심의 IT 대표주들을 단기 반등을 겨냥해 우선 편입하는 전략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중현 연구원은 "여전히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주말 반도체주들의 반등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기술적 반등의 강도는 강했지만 주가의 차별적 약세가 장기화된 끝에 단기 성향이 짙은 매매가 급증한데 따른 움직임일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

따라서 반도체 등 IT주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수 관점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면서, 단기 매매에 익숙치 않다면 오히려 비중을 축소하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대신 원화강세 수혜주나 美 금리인하 수혜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