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美 貞 < 이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ahn@eruum.com >

얼마 전 모 대학으로부터 이공계 여학생들의 진로와 리더십에 관한 특강 요청을 받았다.

내가 과학자에서 중앙부처 공무원,그리고 변리사라는 다소 극단적인 변신도 그렇지만 이학박사 출신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란 점이 이공계 여대생들에게 새로운 관심과 도전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최근에 위미노믹스(Woman과 Economics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여성 경제활동 인구가 이미 남성의 3분의 2에 달하고 있다.

미국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저서 '제1의 성'에서 "여성이야말로 21세기를 이끌어 갈 주체"라고 단언했다.

과거 농업사회의 그레이칼라,산업사회의 블루와 화이트칼라,정보화 사회의 골드칼라에 이어 21세기 인터넷 사회는 섬세함과 다양성,친화력이 요구되는 핑크칼라가 시대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우리나라 여성의 주요 국가고시 합격자 비율이 지난 10년간 6배까지 늘었으며,정치 언론 학계를 막론하고 과거 상징적 존재에 머무르던 여성 리더의 위상이 실질적인 영향을 갖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직 내 정치력 부족이나 네트워크 부재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여성임을 의식해 과도하게 공격성을 나타내는 리더십이 더 큰 취약점으로 부각된다고 한다.

한때 여성 CEO로,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 팩커드 CEO는 공격적인 리더십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강한 리더십이 그녀를 퇴진으로 이끈 화근이 되었다.

피오리나의 사례는 포용력과 유연함을 바탕으로 하는 여성적 리더십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준다.

태풍이 휩쓸고 간 숲에서는 나무가 뽑혀 있거나 가지가 부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나무는 잦은 태풍에도 끄떡없다.

바람을 거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젠 유연함과 친화력이 강조되는 시대다.

지나간 우리 사회에는 경제적,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삶의 곳곳에 각진 모습이 점철돼 있었다.

그러나 경직되고 권위적인 모습들이 사라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 사회도 개방적이고 유연한 모습에 자연스레 끌리는 것 같다.

인간의 감성에 초점을 맞추는 휴먼 웨어(Human ware)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특강에서는 미래의 여성 리더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포용과 섬김,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유연하고 관계 지향적인 여성 리더십을 강조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