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과 대학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니즈를 반영한 대학평가가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야마모토 세이지 일본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과학기술정책팀장은 "경영인이 대학에 가서 인력 양성과 관련해 이런저런 주문을 하더라도 대학 측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이 산업계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해 올바른 인재 육성을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야마모토 팀장은 "산업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적극적인 인재 육성보다 자신의 후계자 양성에 더 신경을 쓰는 대학교수들도 일부 있다"며 "공학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마모토 팀장은 "대학과 산업계 간에 존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갭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계의 관점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종합적인 대학 평가의 덫에서 벗어나 과학기술 각 분야별로 세부적인 평가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 연구위원도 "최근 직능원은 기업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산업계가 요구하는 '니즈 프로필(Needs Profile)'을 작성했다"며 "이 기준에 따라 현재 국내 10개 대학을 상대로 평가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일부 대학의 경우 산업계가 요구하는 기준의 50%밖에 충족하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면서 "이러한 조사 결과가 마무리되는 대로 각 대학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평가를 통해 순위를 발표하거나 등급을 제시하기보다는 해당 학교의 커리큘럼을 개선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공학 분야의 바람직한 인재상에 대한 산업계와 대학 간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