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사는 홍모씨는 요즘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다.

다름아닌 음악재생기인 '아이팟'을 사달라는 거다.

홍 씨가 직장발령으로 미국에 거주한 지는 이제 1년 남짓.딸은 한국에서 구입한 MP3 플레이어를 2개나 갖고 있다.

따라서 기능이 비슷한 아이팟을 사는건 낭비라는 게 홍 씨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딸은 막무가내다.

"아이팟이 없으면 적어도 뮤직플레이어에 관한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듯 아이팟은 미국 아이들에겐 '필수품'이다.

단순히 MP3의 일종이 아니다.

그 자체가 MP3다.

한국에서 맥도날드는 곧 햄버거로 통하듯이 아이팟은 곧 MP3로 인식된다.

MP3의 한 브랜드인 아이팟이 MP3전체를 대변하는 상황이다.

지난 3분기에만 1020만대가 팔렸다니 그럴 만도 하다.

아이팟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건 애플이다.

애플은 여세를 몰아 지난 6월 휴대전화기인 '아이폰'을 내놨다.

아이폰의 판매실적도 눈부시다.

지난 9월말까지 140만대가 팔렸다.

아이팟의 초기 판매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애플의 대표상품이었으나 관심권밖으로 밀려났던 매킨토시 컴퓨터의 매출도 눈부시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 판매량만 216만대.작년동기보다 34%나 늘었다.

이에 따라 매킨토시가 애플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지난 3분기 중 매킨토시의 기능이 획기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이름을 '아이맥'으로 바꿨다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매킨토시가 날개돋친 듯 팔리는 것은 다름아닌 아이팟의 '후광효과(헤일로 효과ㆍHalo Effect)'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이팟에 대한 신뢰가 전체 애플 제품의 신뢰로 이어져 아이폰과 아이맥의 판매호조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MS윈도 사용자들을 상당수 빼앗아올 수 있다.

아이팟의 후광효과는 애플의 3분기 순이익을 67%나 증가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업종다각화'란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신봉하며 그렇고 그런 상품을 백화점식으로 늘어놓는 기업들로선 아이팟의 후광효과를 생각해볼 만한 시점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