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이 제56차 유엔총회 의장을 지냈던 2001년부터 2002년까지의 경험담을 모은 영문 회고록을 출간했다.

유엔총회 의장이 회고록을 출간하기는 처음이다.

당시는 9ㆍ11 테러가 발생했고 유엔이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시기라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전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9ㆍ11의 그림자를 넘어서-유엔 총회에서의 1년'이란 제목의 영문 회고록 출판 사인회를 개최했다.

이 책은 한 전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 시절 일어났던 일을 매일 메모해 뒀다가 정리한 것이다.

책은 '세계 무역센터가 불타고 있다'는 소제목으로 시작된다.

9ㆍ11 테러가 발생했던 2001년 9월11일은 한 전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으로 공식 선출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총회를 앞두고 조찬 기도회를 갖던 한 전 장관에게 당시 의장 비서실장이던 반기문 현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무역센터가 불타고 있다'는 메모를 전달한다.

다음 테러 목표가 유엔본부라는 소문으로 건물 내 사람이 모두 소개되면서 유엔 총회도 연기된다.

이날은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총회가 없던 날로 기록됐다.

부시 대통령의 유엔 방문 얘기도 눈길을 끈다.

2001년 11월10일 유엔 총회 기조 연설을 한 부시 대통령이 한 전 장관을 의장실로 예방했다.

그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유엔 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아 이번이 첫 유엔 방문"이라면서 "하긴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가 더 세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 전 장관은 "당시 막상 총회 의장에 내정되고 보니 의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 참고할 만한 서적이 전혀 없었다"면서 "유엔 총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펴 내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