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부족으로 해상운임료가 비싸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벌크선 등의 해상운임 추이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인 '발틱 건화물 교역 인덱스(BDI)'는 지난 12일 처음으로 10,000선을 돌파한 뒤 일주일 만에 800포인트가량 추가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169% 오른 것이다.

브라질에서 중국까지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데 들어가는 하루 평균 비용은 작년 6만5000달러에서 최근엔 18만달러로 약 세 배로 급등했다.

심지어 배에 싣는 화물보다 운임료가 더 비싼 경우도 있다.

가격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철광석이 대표적인 케이스.철광석 시세는 t 당 60달러 수준인 데 비해 브라질에서 아시아까지 철광석을 운반하는 비용은 t 당 80달러를 넘어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해상운임료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뛸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와 세탁기,빵 등 거의 모든 제품이 가격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해상운임 급등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의 원자재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전 세계적으로 수송 선박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해운업체 골든포트의 존 드래그니스 이사는 "해상운임 상승으로 각국의 선주(船主)들이 유례없이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시설이 한계에 달한 것도 운임을 높이는 요인이다.

원자재 수입업체가 어렵게 선박을 마련하더라도 하역 인력과 크레인 등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브라질의 주요 항구마다 화물을 싣지 못한 배들이 2주일씩 대기하고 있으며 지난주 호주 시드니항에는 131척의 벌크선이 철광석과 석탄을 산더미처럼 쌓아둔 채 움직이지 못했다.

체류기간이 길수록 전체 운송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운송거리가 길어진 것도 해상운임을 밀어올린 원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부족한 원자재를 채워 넣기 위해 세계 각 지역의 생산업체와 계약을 맺는 바람에 예전에 비해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의 동선(動線)이 길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해상운임이 높아지면서 원자재 수입업체가 아예 벌크선을 사들이거나 장기 임대계약을 맺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도 타타스틸은 최근 7년 된 화물선을 장기 임대했고 광산 메이저업체인 리오틴토는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운반하기 위해 벌크선 한 대를 사들였다.

최근 들어서는 해상운임 상승이 가뜩이나 부족한 원자재 공급량을 더 줄이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 알루미늄 정제시설을 갖고 있는 네덜란드 업체 '비메트코'는 루마니아에 정제 공장을 신설하려던 계획을 최근 취소했다.

현재의 운송 비용으로는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호주의 일부 석탄 생산업체들은 수출물량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수출을 늘릴수록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 석탄 가격은 그만큼 더 뛰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인 클리프 윈스톤은 "벌크선을 제작하는 데 평균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선박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2010년까지는 해상운임 오름세가 꺾이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