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정치국 상무위원회 장악 실패'. 22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발표된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의 계파별 분석 결과는 이렇다.

후 주석의 직계는 리커창 랴오닝성 당서기 외에는 없다.

연초부터 계속된 권력투쟁에서 장쩌민 전 주석(상하이방)과 쩡칭훙 전 국가주석(태자당.원로자제 집단)의 연합군에 패배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정치국원과 군의 상당수가 후 주석 계열 인사로 바뀌어 외곽조직에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치열한 권력투쟁의 흔적

이날 발표된 상무위원 명단에선 쩡칭훙과 장쩌민의 파워가 그대로 읽혀진다.

자칭린과 리창춘은 누가 뭐래도 장쩌민의 사람이다.

특히 자칭린은 부패혐의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全大)가 가까워 오면서 자칭린의 유임설이 강하게 돌았고 이것은 장쩌민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리창춘이 권력서열 5위로 올라간 것 역시 장쩌민의 손길이 미쳤다는 분석이다.

16기 상무위원을 이미 지냈다는 점에서 신규 멤버보다 아래에 있을 수 없다는 현실론도 있지만,장쩌민이 자신의 세력을 위로 밀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쩡칭훙은 자신이 물러나는 것을 대가로 2명의 직계를 상무위원에 진입시켰다.

허궈창과 저우융캉이 그들이다.

장쩌민과 쩡칭훙의 합작품은 시진핑이다.

당초 후 주석은 쩡 부주석을 유임시키면서 리커창을 서열 5위의 국가부주석에 올리고 리위안차오 장쑤성 당서기를 상무위원에 진입시키는 안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쩡 부주석은 퇴임하면서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우려는 생각을 관철시켰다.

장 전 주석이 시진핑을 밀자 여기에 동조,결국 리커창을 누르고 시진핑이 권력서열에서 앞서게 됐다는 후문이다.

장쩌민 전 주석은 이제 영향력이 점점 쇠퇴하겠지만 쩡 부주석은 은퇴했음에도 후 주석과 대립관계인 상하이방과 태자당을 아우르는 '음지의 권력'으로 남을 전망이다.


◆시진핑 6위,리커창 7위

22일 오전 11시40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둥다팅.아침 9시부터 모여든 내외신기자 500여명의 눈길이 일제히 단상 옆 왼쪽 입구로 쏠렸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집단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 권력서열 1위인 후 주석이 만면에 미소를 띤채 맨 먼저 입장했다.

잠시 숨을 죽이던 기자들의 플래시가 연방 터졌다.

시진핑 상하이시 당서기가 6번째로 리커창보다 한 걸음 빨리 걸어나왔다.

시진핑이 '포스트 후'의 주자 중 선두에 서있다는 게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9명의 멤버를 한 사람씩 호명하며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특히 후 주석은 시진핑과 리커창 둘을 동시에 호명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눈길은 일제히 시진핑에 쏠렸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후 주석이 둘을 동시에 호명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거대 정치세력의 지원을 받는 시진핑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의 정치엔 워낙 변수가 많아 앞으로 이 둘은 5년 후 18차 전대에서 확정될 차기 지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