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백명이 죽는 최악의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FBI 특수요원까지 희생되지만 미국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조사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다.

이에 격분한 FBI 최정예 요원들은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사우디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데….

'히트'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 등을 선보였던 마이클 만 감독이 제작한 액션 스릴러 '킹덤'(감독 피터 버그)이 개봉된다.

주연인 제이미 폭스를 비롯해 크리스 쿠퍼,제니퍼 가너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훌륭한 연기는 감독의 연출 의도와 잘 맞아떨어져 영화의 사실감을 배가시킨다.

이들이 사우디 공항에 내려서 테러 현장을 검증하고,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는 과정 등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관객들이 사우디 여행을 간접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 로케이션을 통해 중동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잘 담았기 때문이다.

반목과 갈등의 본질이 허망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감독의 의도도 명확하다.

흉악한 테러범은 손녀를 둔 평범한 할아버지이기도 하고,테러범을 사정없이 쏴 죽이겠다는 사우디 경찰은 자녀를 사랑하는 평범한 중년 가장이다.

동료의 복수를 다짐하던 FBI 요원들과 마찬가지.테러범의 가족들이 또다른 복수를 다짐하는 엔딩은 영화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이분법적인 미국 시각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FBI 요원을 돕는 중동인은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된 반면 테러범들은 여전히 맹목적으로 알라신만을 외치며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다.

그들 가운데 일부를 동정하는 눈길은 있을지언정 그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11월1일 개봉.18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