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그네가 산길을 가다가 사자에게 습격을 당했다.

나그네는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깊은 구덩이를 발견하고 그 속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바닥에는 독사들이 우글거렸다.

하는 수 없이 구덩이 중턱에서 뻗어 나온 나무 뿌리에 매달렸으나,설상가상으로 두 마리의 쥐가 그 뿌리를 갉아 먹고 있었다.

살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중 나무 뿌리에서 흘러 나오는 꿀을 발견하곤 핥기 시작했다.

뿌리가 끊어져 죽는 줄도 모르고서 말이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에 나오는 우화로 이야기 속 나그네는 작가 자신이다.

일시적인 쾌락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회개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죄를 짓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종교는 이 죄가 자신의 잘못인지 아니면 타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따지지 말고 반성하라고 깨우친다.

기독교에서는 회개라 하고,천주교에서는 고해,불교에서는 참회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잘못과 죄를 뉘우치자는 것이다.

문경시 희양산 봉암사에서 지난 19일 거행된 '봉암사 결사 60주년' 대법회는 그야말로 '참회'의 시간이었다.

"한 사발 맑은 죽이 씀바귀처럼 쓰고 얇은 가사는 태산처럼 무겁기만 하다"는 수좌승들의 고백이 이를 대변하는 듯하다.

신정아 사건이 발단이 되긴 했지만,불교계의 고질적인 갈등을 이 참에 해결해 보자는 스님들의 자성이 봉암사로 발길을 옮기게 한 것 같다.

참회란 과거에 지은 교만하고 어리석고 시기하고 질투한 죄를 다 고백하는 것이다.

이 악업을 다시 짓지 않겠다고 부처 앞에서 다짐하면서 장래에 오는 허물까지도 조심하는 것이 진정한 참회다.

한마디로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어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천수경에서는 "죄란 자성(自性)이 없다.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다.

만약 마음이 소멸하면 죄도 또한 없어진다"고 했다.

봉암사 대법회가 정직하지 못했던 우리 자신을 뒤돌아 보는 반성의 계기로 승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