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헤지용 외화차입 크게 늘어

외화자금 대거 유출땐 금리 급등 우려

중국 인도 등에 대한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외화부채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투자 과정에서 매도하는 선물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이 외화를 대거 차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화 환율이 떨어지고 국가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가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지 않은 이유로 '단기간에 급증한 외화채무'를 지적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단기외채를 문제 삼으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실제 위험은 크지 않다면서도 실태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선물환 연계 외화차입 급증

지난 상반기 중 늘어난 단기외채 243억달러 가운데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통해 들어온 자금은 약 200억달러였다.

외은 국내지점들은 '선물환 매매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외화를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예컨대 국내 수출업체가 6개월 뒤 받을 1억달러를 처분하는 선물환 매도를 하는 경우 이를 인수하는 외은 국내지점은 1억달러를 해외에서 6개월 만기로 차입,원화로 바꿔놓는 '포지션 관리'를 하게 된다.

그래야 6개월 뒤 선물환 계약서를 들고와서 1억달러를 원화로 바꿔달라는 수출업체의 요구에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은 국내지점들은 원화로 바꾼 외화차입금으로 국공채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외국인들이 (외화차입금을 원화로 바꿔) 국공채를 많이 사서 금리가 내려가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리에 영향 우려

단기외채 급증은 실제로 국내 시장금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1년 또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하루짜리 콜금리보다 불과 0.3~0.4%포인트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외은 국내지점들이 선물환 포지션을 관리하기 위해 들여온 돈을 국공채 매입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물환 청산이 갑자기 나타날 경우 원화로 환전된 외화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국내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총재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단기외채 문제는 이 사람들(외은 국내지점 등)이 큰 돈을 가져갈 경우 채권가격이 급변동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해외투자 선물환 매매도 문제

상당수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 가입하면서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환변동 위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수출업체의 경우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금액이 들어오는 수출계약서를 토대로 선물환 계약을 맺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이익이 날지,아니면 손해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컨대 1년짜리 선물환을 매도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국민들이 보유한 외화자산 가치가 급락할 경우 대외채무만 남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해외투자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중간에 처분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증시 버블론이 제기되는 등 전세계 주식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