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몽니 등 걸림돌 불구 낙관론 팽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18일(현지시간) 저녁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조문작업을 마친 새 개정조약 승인문제를 논의했다.

정상들은 이틀간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서 지난 6월 진통 끝에 합의한 새 조약 초안에 조문작업을 거친 조약의 최종 내용을 승인하는 것으로 세계최대의 경제공동체로 성장한 EU의 또다른 숙원인 정치통합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 조약은 지난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EU 헌법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EU에 초국가적 지위를 부여하는 국가와 국기, 공휴일 등 상징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 물타기가 이뤄졌다.

하지만 EU 대통령과 외교총책을 신설하고 의사결정과정을 보다 효율화하는 등 기존 헌법의 핵심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어 국제무대에서 EU를 `하나의 유럽'이란 거대 정치공동체로 부상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새조약 타결 낙관론 고조= 정상들은 새 개정조약을 둘러싼 회원국 사이 견해차가 몇가지 크지않은 사안들로 좁혀지면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새 조약 내용에 무난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어렵고 긴 협상을 예상한다"면서도 "합의점을 찾을 정치적 의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U 순회의장 자격으로 이번 회의를 주재하는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우리는 환상적인 조약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알프레드 구젠바우어 오스트리아 총리도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면서 "새 조약은 유럽이 더 민주적이고 정력적으로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도 "폴란드와 다른 회원국들이 이번 논의를 끝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촉구했고,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모든 유럽인들과 정부는 명상을 끝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반면 승인에 최대 걸림돌로 떠오른 폴란드의 레흐 카진스키 대통령은 자국에 원하지 않는 결정을 연기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하는 `로안니나 타협'(신사협정)을 원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5일 정부간 회의(IGC)에서 조문작업을 마친 새 조약은 250 쪽을 약간 넘는 분량으로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의 승인을 받을 경우 EU 공식 23개 언어로 번역작업을 거쳐 오는 12월 정상회의에서 새 조약 최종안이 공식 확정된다.

EU 회원국들은 차기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된 오는 2009년 상반기 이전까지 새 조약에 대한 비준을 마칠 예정이다.

새 조약 비준과 관련해 아일랜드만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고 나머지는 의회 비준을 선호하고 있으나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야당 등이 국민투표 실시 압박을 가하고 있어 비준과정에서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은 걸림돌= 폴란드가 지난 6월 정상회의에 이어 새 조약 합의의 최대 걸림돌로 또다시 떠오를 전망이다.

폴란드는 소수 의견을 가진 회원국들에 EU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몇개월동안 재고를 요구하는 권한인 `로안니나 타협'(신사협정) 조항을 새 조약에 포함시키자 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추후 수정을 쉽게하기 위해 정치적 선언 정도로 넘어가자고 설득하고 있다.

폴란드는 정상회의 직후인 오는 21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있고 집권연정내 극우정당과 야당이 재협상 압박을 가하고 있어 강경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폴란드는 의결권 문제외에도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인구가 많은 기존 회원국에만 배정된 유럽사법재판소의 상임 법률심의관 자리를 자국에도 할당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6월 정상회의에서도 폴란드는 새 조약 초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이중다수결제 도입에 끝까지 반대한 끝에 도입시기를 당초 2009년에서 2017년으로 한참 늦추는 선에서 막판 합의를 해주었다.

폴란드 외에도 이탈리아가 새 조약에 따른 유럽의회 의석 배분을 놓고 불만을 갖고 있다.

유럽의회가 승인한 새 의석 배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종전 같은 의석이었던 프랑스, 영국보다 2석이 작은 72 석을 할당받게 된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의석 배분 문제를 놓고 새 조약 승인에 거부권을 행사하진 않겠지만 의석배분 문제를 추후 논의할 수 있도록 조약승인 문제와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스트리아는 독일에서 밀려오는 의과대학 유학생을 막기위해 도입한 자국의 외국유학생 쿼터제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신규 회원국인 불가리아는 EU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자국어 표기를 인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문제는 어렵지않게 교통정리가 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들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걸림돌이었던 영국은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한 조건들이 거의 대부분 수용됨에 따라 EU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하는 고든 브라운 총리가 새 조약에 대한 동의를 거부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EU 관계자들이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결될 위험이 높은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는 언론과 야당 등 영국내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브라운 총리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새 조약 합의에 걸림돌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