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지난달 14일 확정.고시한 '2020년 도시기본계획'은 개발용지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인구 유입이 꾸준한 편이지만 도시 대부분(92%)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어 주택 등을 지을 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장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감북동 배다리마을,춘궁동 궁안마을,천현동 선린촌 등 총 64곳의 집단취락지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가 현안이다.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쾌적한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하남시는 교통.물류기능을 확충,수도권 동남권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한강과 녹지 등 천혜의 자연 조건을 활용,개발과 보존이 조화를 이루는 '강소(强小)도시'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다.

천현동 선린촌 마을,춘궁동 궁안마을,망월동 신미사촌 등 64곳의 그린벨트 해제지역은 전체 면적만 567만㎡(171만평)에 이른다.

이들 마을은 그린벨트로 둘러싸여 주변 환경이 쾌적하고 서울 접근성도 좋아 일부 지역은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거주자들의 고급 전원주택 수요나 실버타운 등으로 주목받을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남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이들 지역 전체를 시가화용지에 편입시키는 한편 경기도의 승인을 거쳐 1종 전용주거지역과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꿔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증.개축조차 어려웠던 이들 지역은 1종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단독주택이나 3가구 이하의 다가구.다세대주택은 물론 6가구 이하의 연립주택이나 빌라도 지을 수 있게 된다. 또 바닥면적 1000㎡ 미만의 상가 등 소규모 생활편의시설도 들일 수 있다. 하남시 관계자는 "한강변 등 일부 지역을 전원주택 시범단지로 조성해 새로운 주거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남시는 2020년 인구를 18만명으로 잡고 이에 필요한 주택.상가.유통단지 등을 짓기 위해 전체 면적 93㎢ 가운데 즉시 개발이 가능한 시가화 용지를 9.13㎢(276만평)로 대폭 확대했다. 이는 현행 2.42㎢(73만평)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거용지는 당초 2.1㎢에서 8.85㎢(267만평)로 늘렸다. 시가화용지의 대부분에 아파트가 지어지는 셈이다.

하남시는 또 신장동,풍산동,송파(위례)신도시 예정지역 및 신도시 인근 감이동 등 네 곳에 시가화예정용지 2.12㎢를 새로 확보했다. 이들 지역은 연말부터 그린벨트 해제 작업에 착수해 주거단지나 물류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신장동에는 57만㎡ 규모의 신장3지구(가칭)가 조성되며,구도심 서쪽에 있는 풍산동 일대 아스콘 공장 13만8000㎡(4만1700평)도 아파트와 첨단산업 부지로 개발된다. 송파신도시 인근 감이동 일대 3300㎡에는 신도시와 연계한 전원형 주거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하남시는 이를 통해 2005년 말 현재 2만5200가구인 주택수를 2020년까지 5만8000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앞으로 3만2000여가구의 주택이 추가로 지어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2020년 주택보급률은 수도권 중장기 목표치인 115%까지 높아진다.

반면 공장이나 산업단지 등이 들어설 공업용지는 2020년까지 동결된다. 하남시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인 데다 그린벨트와 한강 수질 보호를 위한 이중 삼중의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남시 생활권은 크게 5개권역으로 개편된다. 구도심 지역인 중앙생활권은 상업 업무 행정의 중심기능을 맡고 풍산생활권은 미사리를 중심으로 한 문화.휴양기능을 담당할 예정이다. 나머지 초이.춘궁.천현 생활권은 주거기능을 위주로 역사문화자원을 통한 관광배후지나 특화된 산업기능을 갖게 된다.

덕풍동,풍산동 등 기존 도심은 이른바 '콤팩트시티(압축도시)' 개념을 도입해 고밀도로 재개발된다. 그린벨트를 풀어 시가화용지를 추가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상업용지와 주거용지가 뒤섞여 있는 등 난개발이 심각한 상태여서 재개발 등을 통해 대규모 정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도심 외곽지역에는 물류.유통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이는 환경 및 한강 수질 보호를 위한 규제로 설립이 어려운 공장이나 산업단지 대신 자족기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서울과 맞닿아 있는 수도권 동남부의 교통 요충지인 만큼 승산이 있다는 게 하남시의 구상이다. 실제로 하남시내 4000개 이상의 축사 대부분이 창고로 쓰이고 있을 정도로 물류 수요가 많은 상태다. 이를 위해 신장3지구(가칭)에 2010년까지 첨단 물류센터가 조성되고 명품 아울렛 입점도 추진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