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가을앓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설가 정비석은 가을을 이렇게 읊었다."섬돌 밑에서 밤을 새워 가며 안타까이 울어대는 귀뚜라미의 서글픈 울음소리며,불을 끄고 누웠을 때에 창문에 고요히 흘러 넘치는 푸른 달빛이며,산들바람이 문풍지를 울릴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서글픈 소리며,가을 빛과 가을 소리치고 어느 하나 서글프고 애달프지 않은 것이 없다."
이렇듯 가을이 오면 이유없이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시쳇말로 가을을 타는 것이다.한 줄기 바람 소리에도 맥박이 뛰고,가랑잎 구르는 소리에도 마음이 섬세해진다.이런 심리를 '가을증후군'이라 하는데 의학용어로는 '계절성 우울증(SAD)'이라고 부른다.
중년일수록 가을증후군을 심하게 앓는다.체력이 예전같지 않고 호르몬 분비 또한 불규칙해지면서 각종 성인병과 비만이 그들을 괴롭힌다.마음만 청춘일 뿐 몸은 영 따라주지 않는다.이런 까닭에 중년에게 닥친 가을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을씨년스럽고 초라하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서는 가을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가고 있다.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업무에 집중이 안 된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천고마비의 계절인데도 입맛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며칠 전 인크루트와 리서치 전문기관인 엠브레인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듯 직장인 10명 중 4명이 가을증후군을 앓고 있을 정도다.
미국정신의학협회는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엔 국민의 20%가량이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다"며 "10대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밝히고 있다.그 멋진 총천연색으로 수놓아지는 가을이 이제는 나이에 관계없이 수심으로 얼룩지는 꼴이다.
가을앓이를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운동을 하고 여행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한데,영국에서는 계절에 어울리는 독서를 권한다고 한다."주여,어느덧 가을입니다.지나간 여름은 위대했습니다"라고 노래한 릴케의 시를 읊조려 봐도 좋을 성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이렇듯 가을이 오면 이유없이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시쳇말로 가을을 타는 것이다.한 줄기 바람 소리에도 맥박이 뛰고,가랑잎 구르는 소리에도 마음이 섬세해진다.이런 심리를 '가을증후군'이라 하는데 의학용어로는 '계절성 우울증(SAD)'이라고 부른다.
중년일수록 가을증후군을 심하게 앓는다.체력이 예전같지 않고 호르몬 분비 또한 불규칙해지면서 각종 성인병과 비만이 그들을 괴롭힌다.마음만 청춘일 뿐 몸은 영 따라주지 않는다.이런 까닭에 중년에게 닥친 가을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을씨년스럽고 초라하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서는 가을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가고 있다.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업무에 집중이 안 된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천고마비의 계절인데도 입맛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며칠 전 인크루트와 리서치 전문기관인 엠브레인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듯 직장인 10명 중 4명이 가을증후군을 앓고 있을 정도다.
미국정신의학협회는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엔 국민의 20%가량이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다"며 "10대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밝히고 있다.그 멋진 총천연색으로 수놓아지는 가을이 이제는 나이에 관계없이 수심으로 얼룩지는 꼴이다.
가을앓이를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운동을 하고 여행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한데,영국에서는 계절에 어울리는 독서를 권한다고 한다."주여,어느덧 가을입니다.지나간 여름은 위대했습니다"라고 노래한 릴케의 시를 읊조려 봐도 좋을 성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