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수신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보통예금뿐 아니라 정기적금의 금리 인상 및 부가서비스 강화를 준비 중이다.증시 활황으로 적금마저 증권업계의 적립식펀드로 빠져 나가자 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 상품에 비해 금리를 높여 주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정기적금 상품을 마련 중"이라고 17일 밝혔다.이 관계자는 "상품 판매 시기는 다음 달 초로 예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이 준비 중인 상품은 '자유적립식 적금'.이 은행이 현재 팔고 있는 같은 성격의 상품(자유적립식 상호부금) 금리는 △1∼2년 미만 연 4% △2∼3년 미만 연 4.15% △3∼5년 연 4.35% 등이다.국민은행은 기존 상품과 비교해 신상품의 경우 기본금리를 높여주고,카드를 일정금액 이상 사용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통상 기본금리를 올리는 폭이 0.2∼0.3%포인트,우대금리도 0.2∼0.5%포인트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5%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국민은행은 더불어 가족까지도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족맞춤형 서비스도 이 상품에 붙일 계획이다.

이 같은 국민은행의 움직임과 관련,우리 하나 신한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당장은 적금 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하지만 국민은행과의 금리 차이 등을 감안해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융계의 관측이다.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현재 1년 만기 적금의 경우 연 4.3%, 3년 만기의 경우 연 4.6%를 적용하고 있다.상대적으로 저변이 넓은 국민은행이 최고 연 5%에 근접하는 금리를 제시할 경우 다른 은행들도 최소 국민은행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정기적금이 증권업계의 적립식펀드와 수익률을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냥 팔짱을 끼고 있기는 어렵기 때문에 타 은행들도 금리 인상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실례로 2005년 6월부터 SH자산운용의 '미래든 적립식 주식형펀드'에 매달 50만원을 가입하고 있는 한 투자자는 현재 누적 수익률이 49.2%에 이르고 있다.지금까지 1400만원을 넣었는데 평가금액이 2085만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증시가 호황세로 돌아선 2004년부터 정기적금과 상호부금 등 적립식예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 고전하고 있다.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정기적금 규모가 2004년 말 대비 1조2000여억원에서 8000여억원으로 4000억원 가까이 줄었다.상호부금 역시 6조3000여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급감,적립식예금 전체로는 2년9개월 새 3조4000억원가량 줄었다.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5000여억원과 1조여원 감소했으며,신한은행은 최근 1년9개월 새 1조원 가까이 빠졌다.4개 대형 시중은행 전체적으론 6조원 정도 감소한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만히 있다가는 대출자산까지 줄여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당분간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 핵심 은행 상품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