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영진씨(35·가명)는 최근 전세를 월세로 옮기면서 마련한 8000만원을 전액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

중국 펀드가 단 1년 만에 100%를 훨씬 뛰어넘는 고수익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일생일대의 모험을 건 것이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분산 투자했던 이종열씨(41·가명)도 최근 국내 및 선진국 투자 펀드는 물론이고 예·적금까지 모두 깨서 5000만원의 자금을 마련해 3개의 중국 펀드에 몽땅 투자했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중국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예금이나 적금 등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잘 분산돼 있던 기존 투자자금을 중국에 '올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아예 빚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4일 한국펀드평가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2주 전(9월27일~10월3일) 7199억원이었으나 지난주(10월4~10일) 무려 1조7252억원으로 급팽창했다.

한 주 동안 미래에셋의 중국 펀드로 50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으며 신한BNP파리바의 봉쥬르차이나펀드와 슈로더투신운용의 슈로더차이나그로스 펀드 등으로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심지어 인지도가 떨어지고 판매망도 부족한 소규모 펀드에도 수백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친디아펀드와 브릭스 펀드 등 중국이 포함돼 있으면 무조건 인기몰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2774억원대에 불과했던 중국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10일 12조8549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반면 코스피 지수가 2000 고지를 밟으면서 환매 욕구가 커짐에 따라 국내 펀드 설정액은 10월 들어 총 1387억원이 줄어들었다.

중국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 신흥시장 투자 펀드로도 7주 연속 자금이 몰려들었다.

특히 최근 3주 연속 주간 단위 신흥시장 투자금액이 5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이머징 시장 투자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펀드로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홍콩 시장이 급등하면서 국내외 펀드 가운데 중국 펀드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의 1년 수익률은 무려 161.4%에 달했으며 '동부차이나주식1'도 138.3%를 기록하는 등 재간접펀드를 제외한 대부분 중국 주식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이 100%를 웃돌고 있다.

홍콩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은 지난 8월 중국 외환관리국이 톈진 중국은행(BOC)에 계좌를 개설한 중국 개인들에게 홍콩증시 직접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후 본토자금 유입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와 △홍콩 법인세율 인하 계획 △상하이 증시와 동시 상장된 홍콩 H주 종목들의 저평가 현상 △유동성 증가 등이 증시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워낙 가파르게 주가가 올랐다며 과열을 우려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펀드매니저는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홍콩 증시가 또 하나의 도박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진미경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장은 "홍콩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보다는 기대수익을 낮춰야 한다"며 "중국 투자 비중은 전체 금융자산의 15~30% 선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고 국내외 시장에 자산을 적절히 분산해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