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표준'의 힘 덕분이었다고 한다.

진시황은 BC 230년께 도로폭 마차폭 바퀴크기 등을 표준화하고 각종 전쟁 장비도 표준화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도로가 좁아 마차가 달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고 화살촉 등 부품이 떨어져도 현지에서 즉시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고 한다.

진시황 이후 1400여년이 지나 세계를 제패한 칭기즈칸도 1207년께 군장비는 물론 업무와 통신 수단까지 표준화한 덕분에 유라시아를 정복할 수 있었다.

칭기즈칸은 파오의 크기를 표준화하고 일정거리에 역을 설치해 승전 및 패전 소식 등을 즉시 보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그로부터 80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는 또 다시 '표준 전쟁'에 휩싸이고 있다.

진시황과 칭기즈칸의 표준이 무력으로 중국을 통일하고 세계 정복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면 현재의 표준은 경제권 제패의 절대적 토대가 되고 있다.

이처럼 국제 표준 확보가 경제전쟁의 '핵폭탄'으로 작용하면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자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인 ISO IEC ITU는 10월14일을 '세계 표준의 날'로 정하고 문화 언어 제도가 다른 나라들이 무역장벽을 허물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하기로 다짐했다.

한국에서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위해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는 '세계 표준의 날'을 맞아 16일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내외 표준전문가 및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에 기여하는 표준'이란 슬로건 아래 기념식을 갖는다.

특히 기술표준원은 올해부터 표준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로 지금까지의 생산성 위주의 산업표준에서 인권 노동 반부패 환경 등 '사회에 기여하는 표준'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최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표준 환경도 바뀌어 경제 주체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발전 및 에너지 효율 등 모든 분야에서 표준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국제표준화 위상이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표준화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아하론 아미트 사무총장이 보내온 축하메시지도 낭독된다.

또 국가표준 발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은탑산업훈장 등 총 42개의 정부포상이 수여된다.

금호전기의 박영구 대표는 TFT LCD 핵심 부품인 냉음극형광램프 개발 및 양산에 성공,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한 바 크고 표준화 작업에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받는다.

한양대학교 강창욱 교수는 사내표준화 품질경영 소프트웨어 개발 및 무료 보급,승용차 연비절감 표준 주행모드 개발 등의 성과로 근정포장을 수상한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단체부문 국가표준화대상을 받는 영광을 안는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가 및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경영 확립이 절실하다"는 내용의 기념사를 할 예정이다.

한 총리는 또 "자연재해와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국제표준화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노약자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표준 개발을 통해 표준이 국민복지에도 기여토록 하자"고 당부한다.

최근 들어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표준화도 서두르고 있다.

이의 목적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관한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사회에 적합한 국가표준(KS)을 개발하고 이를 국제표준(ISO 26000) 제정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표준원은 2009년 6월까지 사회적 책임(SR)의 국가표준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사회적 책임의 국가표준 및 국제표준의 세부 이행 지침도 만든다.

국제표준 대응을 위한 국제표준 전문가도 양성할 계획이다.

올 들어 한국은 국제표준 외에 남북한 산업표준 통합기반 구축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양측 간의 교역이 크게 늘어날 것을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자부 기술표준원은 북한표준 정보를 입수하고 표준협력 루트를 유지 관리하기로 했다.

기표원은 앞으로 '남북표준협력기획단'을 구성,국가적 남북 표준협력 대응조직 및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산업기반시설 및 교역에 필요한 남북 표준의 비교 연구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남북 경협 관련 기업에 필요한 설계도면 기호 및 용어를 비교 분석하기로 했다.

세계표준의 날을 맞아 세계표준과 함께 남북한 표준도 한시바삐 통합발전되기를 온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