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相振 < 광운대 교수·정치외교학 >

오늘 아침 베이징에서는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가 개막된다.

중국 전역에서 상경한 2000여명의 공산당 대표들이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발표하는 '정치보고'를 청취하고,향후 5년간 중국이 추진해 나갈 핵심 정책방침을 심의하고 결정한다.

또한 지난 12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천량위 전임 상하이 서기의 당적 박탈 결의안을 최종 확정하고,당 규약 수정안을 심의하며,2012년까지 중국을 이끌어 나갈 당 중앙지도부를 새로 구성한다.

후진타오는 이번 17차 당대회를 전임자인 장쩌민 지지세력의 도전을 물리치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자 할 것이다.

당대회 개최 이전 이미 지방과 중앙의 당·정 지도자들을 지지세력으로 대폭 물갈이했고,16기 마지막 중앙위에서 부패혐의로 숙청된 정적 천량위의 당적을 박탈시켰다.

당대회 직후 열리는 중앙위에서 우관정과 뤄간 등 연로한 당 간부들을 은퇴시키고,자신의 지지기반인 공청단 계열의 리커창과 태자당 출신의 시진핑 등 인문사회 교육을 받은 젊고 유능한 혁명후 세대들을 정치국상무위에 등용하는 방안이 이미 조율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 진입하는 정치국상무위원 중의 한 사람이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이후 중국을 이끌어 나갈 5세대 영도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당대회는 2012년 이후 중국의 미래 모습을 전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정치행사다.

'과학발전관'과 '조화사회(和諧社會)' 이념이 당 규약에 새로 삽입된다.

중국 공산당은 계속 경제발전을 핵심 국정목표로 설정하고,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경제발전의 과실을 국민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빈발하고 있는 대규모 군중시위 등 사회불안정 요인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계층 간 빈부격차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절감하고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당의 중요한 이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균부론'에 입각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할 것이며 서부대개발,동북진흥계획 및 중부굴기 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권력의 달콤한 맛에 익숙해진 당 간부들이 중앙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지도자로 탈바꿈하기를 단기간 내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이 경제활동 여건이 열악한 중서부지역 투자대열에 동참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중국의 국민들은 당에서 제시하는 이념을 공허하고 임기응변적인 정치담론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중국과 같은 나라가 정치사회적 안정 하에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권력부패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정치개혁 조치가 있어야 하고 직접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정치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 2기를 맞아 후진타오는 '조화세계' 구축 구상을 더욱 강조해 나갈 것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 신질서 구축을 주장하면서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체제와 규범에 대해 못마땅한 입장을 보이면서도,중국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민중의 평화적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미얀마 군사정부를 비난하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도 지지를 표했다.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를 지지함으로써 자국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건설적으로 기여하는 국가로서 행동할 것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5개항의 구두합의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 작업이 중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자국 중심주의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당연하지만,자국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활용하게 되면 주변국과 갈등을 낳게 된다.

한·중의 새로운 지도부 등장이 양국의 신뢰를 증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